[사설]

'부동산 투기'가 고위 공직자의 국회 인사 청문회에 이어 4·15 총선의 뜨거운 변수로 떠올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결국 총선 출마의 뜻을 꺾었다. "부동산 매각 차익을 기부했다"며 출마 의지를 고수했던 그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검증위원회의 적격 심사회의 직전 '이제는 멈춰설 시간'이라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당에 전달했다.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해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에 상가를 구입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고향인 전북 군산 지역구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당내 공천 불가 기류에도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검증위는 그동안 김 전 대변인의 예비후보 자격심사를 세차례나 보류했다. 민주당은 그가 스스로 불출마 카드를 선택하자 큰 부담을 덜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보를 공천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물론 야당의 파상 공격이 예상돼 여러 채널을 통해 김 전 대변인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에 따라 청와대 대변인직 사퇴에 이어 공천 심사도 받지 못하고 총선 출마를 포기한 첫 희생양(?)이 됐다.

부동산 대책은 항상 정권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현 정부처럼 역대 정권에서도 부동산 대책은 단 한 번도 정책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투기지역 및 투기 과열지구 지정, 종부세 및 양도세 강화 등을 추진했으나 주택 공급 감소로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로 종합소득세·취득세·등록세 감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세제 감면을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주택 공급 증가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담보 대출 규제 완화 대책 등을 실시했으나 오히려 가계 대출이 증가하면서 전세가격 급등과 갭투자 부작용만 초래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은 럭비공과 같다"며 "역대정부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단 한 번도 정책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충고했다.

문재인 정부도 정권 초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지난해 말까지 18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투기 억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첫 부동산 대책인 6·19에 이어 8·2대책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열풍을 불러일으켜 투기 수요가 서울로 몰리는 부작용만 발생했다. 이후에도 각종 대책을 비웃듯 주택 가격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지난해 12월에는 15억원 이상 주택 담보 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다.

급기야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동참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말 솔선수범 차원에서 수도권에서 2채 이상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에게 1채를 제외하고 모두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민주당도 지난 2일 총선 후보자 공천시 '실거주용 1주택 보유' 기준을 적용하기로 발표했다.

공천 잣대는 공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공천 심사에서 김 전 대변인처럼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앞으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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