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유레카!' 화학자가 플라스틱을 발명해 냈을 때 기쁨을 토해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최초의 플라스틱 발명은 1860년대 미국에서 당구가 유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코끼리의 상아로 당구공을 만들어 사용하던 시절, 코끼리 수가 급감하면서 당구공 가격이 폭등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대용품을 찾게 되면서 플라스틱 발명으로 이어졌다.

신소재로 가공이 쉽고, 가볍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각광받으면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하루라도 플라스틱 제품을 쓰지 않는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음료수병, 비닐봉투, 가정생활용품, 자동차부품, 섬유유연제. 심지어 콘택트렌즈에 이르기까지 품목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편리성에 치우쳐 과도하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 나머지 반대로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한 걱정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코스타리카에서 발견된 거북이의 코에 빨대가 박혀있는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괴로워 보이는 거북이를 보며 1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실제로 어마어마한 양을 배출하면서 플라스틱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집의 경우도 어린이집 특별활동시간에 교구로 사용하고 집으로 가져오는 플라스틱 교구들이 쌓이고, 쇼핑 후 받아오는 각종 봉투와 마트에서 식료품 구입 후 나오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량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이래도 되나 싶어 걱정이 앞선다.

근래에 이슈가 되었던 것은 연말, 연시 행사에서 이뤄지는 풍선 날리기 이벤트다. 풍선도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조류나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풍선 조각을 먹은 동물은 풍선이 소화기관에 들러붙어서 배출이 되지 않거나 풍선 끈에 걸려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또 터져버린 풍선은 조각조각이나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환경을 오염 시킨다.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영국,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의 많은 도시에서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행사에서 풍선 날리는 모습은 이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시작되었다. 유럽연합은 2022년 식기류, 빨대, 면봉 등 10대 플라스틱 품목 시장 출시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한 모든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플라스틱의 역습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자연 그대로를 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를 일상처럼 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로 인해 해수욕장에서의 시원한 물놀이를 미래의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다. 쓰레기 산을 머리에 짊어지고 갈 우리 다음 세대와 '미세' 소리만 나오면 덜컹하는 일상이 반갑지 않다.

자연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만끽 할 수 없다면 인간의 과욕이 부른 참사일 것이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1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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