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학교 개강도 늦춰지고 여러 행사나 회의들이 취소되면서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코로나19' 뿐이어서 불안하다. 그래서 다루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할 것이 많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사로서 좀 다르게 살펴볼 것은 이런 재난 상황에서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부분이다.

사실, 취약계층이란 말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낙인을 두는 것 같아 선호하지는 않지만 대체할만한 용어를 찾기도 어렵다. 취약계층을 정의한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특히 곤란한 계층'으로 본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60% 이하인 저소득자, 55세 이상 고령인, 장애인, 성매매피해자, 청년·경력단절 여성 중 고용촉진장려금 지급 대상자, 북한이탈주민, 가정폭력피해자,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한 보호대상자, 결혼이민자, 갱생보호 대상자, 범죄구호 피해자 등이 해당한다.

보건의료와 관련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 취약계층 의료지원 강화 방안 연구'(2017)에 나타나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의료서비스 자원 이용에 있어 제약이 있거나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큰 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료보장체계에서 형평성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실상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계층이 빈곤층이며 생물학적으로 장애인, 여성, 노인, 아동 등이 해당된다.

더욱이 이런 감염성 질환과 같은 공중보건위기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쳐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온다. 소득 수준이 낮은 집단은 예방 서비스에도 적절한 보장을 받지 못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의료급여, 건강보험 차상위계층 본인부담 경감 지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 긴급지원 등의 지원정책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적 재난 속에서는 이 제도들이 효과를 보이지 못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의료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사태로 취약계층에 대한 대부분의 사회정책 지원이 멈추게 되어 걱정이다.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의 기본적 생활과 관련된 급식 지원이나 돌봄서비스의 중단에 의한 서비스 공백은 해당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문제를 발생시킨다. 국가가 특별법이나 예비비 사용 등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 나가겠지만 의료접근성, 정보접근성이 현저히 낮은 이들의 생활지원과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감염성 질환과 관련된 소식은 문자 전송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를 통해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에게는 번역된 내용으로 다양하게 정보전달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 맞닥뜨린 상황도 혹여 앞으로 일어날 그 어떤 재난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종, 연령, 장애 등이 의료접근성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건강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에 대해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복지사의 손발이 묶여있다. 도시락을 만들던 사업장이 휴무에 들어가면서 도시락 지원을 받던 이용자들이 불편해졌고, 일자리 사업을 통해 하루를 살던 어르신들은 생활비가 줄어 걱정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던 곳도 문을 닫아 보호자들이 힘들고, 시간제 일을 하는 돌봄노동자들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의료든 소득이든 취약계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앞서 이들이 무엇으로부터 배제되었는가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 국가의 경우 사회적 취약계층과 경제적 취약계층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취약계층에 대한 법적 정의가 무색해진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불안한 우리 모두가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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