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 발상 자체 실망… '제식구나 제대로 챙겨라' 비난

코로나19 확산으로 2일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 주차장에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개시 시간 이전부터 길게 줄지어 ‘마스크 구입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김용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일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 주차장에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개시 시간 이전부터 길게 줄지어 ‘마스크 구입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마스크 대란을 예상 못 하고 이를 중국에 퍼주고, 퍼주려 한 충북도와 청주시의 근시안적 발상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마스크 구매가 더욱 어렵게 된 도민들 사이에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중국에 마스크를 후원할 계획을 세운 이 두 지방 정부에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정부가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할 정도로 현재 마스크 품귀는 심각하다. 제도가 시행되면 일주일에 1인당 두 개밖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유입 당시 이 같은 마스크 대란은 이미 예견됐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는 여기까지 생각 못 하고 역외 유출 계획만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도는 지난 1월 30일 적십자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마스크를 후원하겠다며 기탁식을 했다.

기탁식 후에는 예산 3천400만원을 들여 마스크 7만장을 지난 2월 15일 비행기로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보냈다.

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매도시인 흑룡강성과 광서구에 각각 2만장과 4만장씩 모두 6만장의 마스크를 보낼 계획도 세웠다가 국내 사정이 안 좋자 취소했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당시 3천400만원을 들여 자매결연 도시인 우한시에 마스크 7만장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한범덕 시장도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우한시장의 말을 듣고 후원물품을 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약속했던 마스크 7만장을 보내지 않았다.

당시 예산을 미리 확보하지 않아 마스크를 바로 구매하지 못했고, 이 사이 가격이 크게 올라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우한시에 마스크를 보내지 않고 대신 뒤늦게 확보한 예산 3천400만원을 들여 애초 계획보다 절반 수준인 마스크 3만9천장을 구해 저소득층 등에 나눠줬다.

청주시가 우한시에 줄 물량을 미리 주문해 받아 놨으면 국민들이 발품을 팔아 몇 시간씩 기다려서 간신히 구하는 귀한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고도 남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 때문에 아우성인데 중국에 퍼줄 생각을 한 이 두 지방정부의 발상 자체가 도민들은 실망스럽다.

도민들 사이에서 '집안 식구들이나 제대로 챙겨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마스크로 구애했던 우한시에선 정작 자매애는 발휘되지 않고 있다.

충북은 8일 코로나 확진자가 25명으로 늘었으나 우한시 등 중국 자매결연도시에서의 성의표시는 아직 없다.

인천시가 중국 웨이하이시에 마스크 2만장을 후원하고, 이보다 10배 넘는 20만장을 답례로 받는 사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국내 사정이 악화돼 우한시에 마스크 등 후원물품을 보낸 것은 없고, 그쪽에서 청주에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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