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거리에는 매화가 만발합니다. 봄이 오는 줄 모르고 사는 것은 온통 관심이 코로나19인 까닭입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공포에서는 이겨냈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남아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에 사스와 메르스로 겪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전 세계는 위기 상황으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우리나라는 대비를 했고 발 빠른 대처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 국가라는 말을 듣을 정도로 기후변화에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기에 위기라는 단어로 상급 되었습니다. 아직은 경제발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위기의 순간에 처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로 보여주었습니다. 기후 위기는 방역, 검사, 치료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무서운 상황입니다.

기후변화는 온난화 현상이 원인입니다. 기후 온난화는 무분별한 석유에너지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화학물질로 산업발전 이후 계속되어 왔습니다. 지구의 연평균 온도는 1℃ 상승하였고 지구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집이나 건물, 옷 등으로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지만 야생에 노출된 생명들은 온몸으로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식물로 보자면 서울 여의도 벚꽃을 기준으로 20년 이전에는 4월 중순 즈음해서 벚꽃 축제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의도 벚꽃 축제는 4월 5일로 20년 전에 비해 10일 정도 앞당겨졌습니다. 무심천 역시 2주 정도 빨라졌습니다. 기상청에서는 30년간 개화 시기를 기록해서 비교한 결과 개나리와 진달래는 1주 정도 빨라졌다고 합니다. 올 겨울이 무척 따듯했는데 올해는 더 앞당겨서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을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과의 대표적인 생산지가 대구에서 충주로 변하였고, 배는 나주에서 천안으로 올라왔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남해는 감귤 농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연에서는 한라산, 지리산 정상에 서식하는 고산목인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대규모로 고사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난대수목원이 아닌 차가운 온도를 맞춘 한대식물원이 생겨나야 할 것 같습니다.

동물들 중에서는 기후변화를 대표하는 개구리, 도롱뇽 등 양서류들이 이번에 더 일찍 겨울잠에 깨어났습니다. 해마다 점점 빨라지는데 올해는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습니다. 산개구리가 일찍 깨어나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알이 얼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양서류들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게 서식지 파괴도 있지만 기후변화 영향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물속은 어떠할까요? 민물고기들은 겨울잠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깊은 물속 바닥에 잠을 자듯이 겨울을 납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이번 1월, 2월 수중 촬영에서는 많은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채집 조사에는 4월에서 5월에 산란하는 물고기들의 혼인색과 산란관이 나타났으며, 산란 시기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조사 중에 있습니다.

수온은 기온과 달리 심각합니다. 대기 중에 기온은 바로 더워지고 식지만 물은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내려가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 환경이 변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낮은 곳에서만 서식하는 연준모치, 금강모치, 어름치, 둑중개 등이 수온 변화가 생기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연평균 온도가 1970년도부터 2005년까지 1℃ 상승했습니다.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전 세계 평균온도가 2℃ 더 상승하면 50℃ 이상의 폭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해일 및 태풍과 전염병 번창 등 인류 생존에 큰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신종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기후 위기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위기 상황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린 더 암담한 미래를 맞이해야 합니다. 주변의 생명들이 살 수 없다면 어떠한 과학기술로도 우린 살아남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위기에 맞서 대응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분명히 코로나19처럼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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