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수필가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내린다, 무척이나 기다리고 기다리든 단비다. 올봄엔 나에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며 까만 비닐 씌워진 나에 텃밭을 내려다본다. 귀촌한지도 벌써 햇수로는 4년째 이제는 나에 텃 밭에 어떤 작물을 심을까 어떻게 키워볼까 고심하지 않아도 될법한데 올봄도 고민 중이다.

귀촌하던 첫해에는 귀촌인들 대다수에 사람들처럼 200여 평 남짓한 작은 텃밭에 욕심 것 고추 토마토를 비롯하여 고구마 들깨 상추 땅콩 등 10여 가지에 작물을 심었다. 그러다 보니 개개에 작물마다 파종시기도 다르고 재배법도 다른데 농사 초보인 내가 그 많은 종류에 작물을 제대로 키워 수확하기란 애당초부터 과욕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친환경 재배랍시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사용치 않았으니 오죽했으랴.

첫해 수확은 마른 고추 30근에 고구마 20㎏이 전부였다. 그러나 난 만족했고 자랑스러웠다. 내 생에 첫 번째 수확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름 내내 상추 가지 호박 등은 나에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고, 참외와 수박은 제철과일을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이웃 형에게 자랑삼아 그 해 수확량을 이야기했을 때 "이 사람아 내가 농사를 그 땅에 짓는다면 최소 마른 고추 100근은 딸 수 있다"는 말에 의기소침해했던 일이 생각난다.

이듬해는 첫해에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에 농산물 수확을 얻기 위해 일단 재배작물에 가짓수를 줄였다. 고추를 주종목으로 하고 가지 상추 호박 등 부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작물은 나 혼자 먹을 만큼만으로 줄였다. "농작물은 농부에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이웃 어른에 말씀대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텃밭을 드나들며 제초제 대신 호미를 들고 손바닥이 갈라 터지도록 김을 매었고, 살충제 대신 나에 손으로 일일이 해충을 잡아내었으며, 가물어 농작물이 타들어갈라치면 주전자로 물을 떠 날랐다.

그러나 이듬해 농사는 첫해보다도 수확량이 형편없었다, 겨우 마른 고추 20근이 수확량의 전부였다, 그 주된 원인은 첫째도 둘째도 품종 선택의 잘못 때문이었다. 고추 같은 경우는 되도록 연작을 피해야 하고, 부득이 연작을 할 경우에는 밑거름을 많이 하고, 고추모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믿을만한 농약사나 농협 등을 통하여 확실한 품종에 묘를 구입하여야 하는데 일반 시중에서 구입한 것이 잘못이었다.

귀촌 햇수로는 4년째 농사철로 치면 이제 3년째.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고 이웃분들에 조언과 도움을 받아, 양질에 작물을 얻고자 지난 겨울부터 열심히 공부하였고, 올봄 일찍 밑거름도 많이 넣어 밭갈이와 비닐 씌우기도 이미 끝을 냈지만, 아직도 어떤 작물을 심을까 생각 중이다.

올 한 해도 친환경 재배를 할까, 아니면 남들처럼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 농사를 지어볼까. 그도 저도 아니면 내 집을 찾아주는 친구들에게 주말 농장으로 한 두둑씩 나누어 주어 텃밭 가꾸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까도 생각 중이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다'라 했든가, 지난 2년 동안 텃밭을 가꾸어 보고 나서야 요즈음 들어 새삼 농부들에 피와 땀에 수고로움을 느낀다.

유창선 시인
유창선 수필가

올 가을에는 온 세상에 풍년가 울려 퍼지고, 주름진 농부들에 얼굴에 행복한 미소 가득하길 바라며, 나에 작은 텃밭에서도 풍요로운 수확에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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