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어느덧 5월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5월을 떠올리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이어지는 기념일로 분주해지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접어 부모님의 가슴에 달아드렸던 추억이 아련하고, 성인이 되던 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묘한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보니 시간에 쫓겨 아이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선물 등으로 만회하곤 한다. 미안한 일이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께 어쩔 수 없이 황혼육아의 짐을 지게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온 가족이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지 못한 욕구를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하고, 재택근무를 하게 된 부모들은 업무와 집안일이 뒤섞여 업무 집중력과 효율성은 떨어지면서 집안일도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외식도 꺼려져 매일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 것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놓치고 있었던 아이들과의 시간과 한집에서 함께 밥 먹는 진정한 의미의 식구(食口)가 된 것 같아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한편에서는 걸어서 병원을 갔던 가족이 며칠 사이 코로나19로 생을 마감하고, 유족들은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보내야만 했다. 장례식조차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화장을 한 후에야 치를 수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을 잃는 비통한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계속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정의 달이지만 이번 5월은 바쁨을 잠시 뒤로하고 가족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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