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었지만, 모두의 협력으로 확진자가 1일 10명 이내로 떨어지면서, 5월 연휴 이후 생활방역으로 돌아갈 것이 기대된다. 차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한때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전 세계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었던 우리나라가, 소위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일류국가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헌신적인 의료진과 방역 당국, 국민의 협조결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려워진 경제회복이 가장 큰 문제로 남았지만, 삶의 모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는 결코 이전(BC: Before Corona)과 같을 수 없고, 새로운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문화도 사회도 경제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선 비대면(非對面) 문화의 도래다. 그동안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으로 대면 문화가 비대면 문화로 바뀌었다. 공연도 무관중 온라인으로, 야구 축구 등 스포츠경기도 무관중 경기로 바뀐다. 결혼식과 장례식도 단출해졌다. 가까운 사람들만 모이고 결혼식을 온라인 중계로 치르기도 한다. 교회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렸다. 집단주의가 쇠퇴하고 개인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고, 안보보다 안전이 더 강조되는 세상이 될 것도 전망된다.

경제구조의 변화도 확연하다. 가정간편식과 완구 매출 증가, 집안 인테리어 관련 사업의 확대, 택배 문화의 일상화에 따른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강화가 예상된다. 일터도 재택근무·화상회의·온라인 강의·근무시간 조정 등 새로운 작업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국제경제의 위축과 유가 하락 등에 따른 환경규제 완화 움직임이 친환경 산업확산이 지체될 수도 있다. 세계화를 역행하는 생필품 제조, 그러나 세계화를 피할 수 없는 첨단기술산업 등이 예상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달라진다. 그동안 타인과의 관계는 멀어진 반면 가족과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저녁 모임 회피,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으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가족관계가 회복되었다. 사람과 자연, 환경과의 관계도 회복되었다. 사람이 멈추니 자연이 보인다. 환경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히말라야산맥이 선명하게 보이고, 중국 해안에는 멸종위기인 흰고래 떼가 돌아오며, 이탈리아 베니스 항구에 물고기 떼가 돌아왔다.

코로나19의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에 의한 환경파괴·기후변화가 중요한 원인일 거라는 지적이 많다.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과거보다 사람과 접촉이 더 많아져 인수공통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결국, 환경파괴가 신종 질병 발생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신종 전염병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야생 동물의 무분별한 식용 및 불법 거래, 환경파괴,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과 관계회복이 필요하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1년 이상 걸릴 것이 예상되고, 코로나가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지금 없어져도 올겨울 재유행 가능성이 있음을 세계보건기구는 경고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래의 삶을 미래 체험했으니, 삶의 방향을 새롭게 해야 한다.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라는 말 같이 물리적 거리는 멀어져야 하지만, 오히려 마음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자신, 가족, 이웃, 자연과 관계를 회복하고, 경쟁 아닌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노인 빈곤층, 저소득층 아이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너무 많이 가지려 욕심부리지 말자. 단순해진 생활문화를 통해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리자. 현재를 감사하고, 서로에게 필요하고 도움 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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