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퍼졌다. 이전의 팬데믹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한 코로나19의 기세에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결과로 많은 나라들이 봉쇄 정책을 실시했다. 자가격리 같은 적극적인 개인 봉쇄,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소규모 봉쇄, 도시 출입 통제 같은 집단 봉쇄, 거기에 최강의 국경 봉쇄까지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갖가지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의료 민영화로는 모든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모두가 협력했을 때에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식량안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특히 4월 들면서 캄보디아,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쌀과 밀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연간 50만 톤의 쌀을 수출해 온 캄보디아는 4월 5일부터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 3월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가 지금은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연간 650만 톤을 수출하는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전 세계 쌀 공급량이 10% 이상 줄게 된다. 러시아도 3월 20일부터 밀,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에 대하여 수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6월말까지 수출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량을 수입하던 나라들이 비상이다. 쌀 수입이 많은 필리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앞다퉈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식량 가격 인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5~2018년 우리나라의 3년 평균 곡물 자급률은 23%다. 세계 평균 101.5%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쌀은 104.7%에 이르지만, 보리와 콩은 각각 24.6%, 옥수수 3.7%에 불과하다. 밀은 전체 소비량 중 99.1%를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취약하다.

'식량 안보' 측면에서 보면 더 심각하다. 식량안보란 넓게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양과 양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공급할 수 있는 상태를, 좁은 뜻으로는 비상시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태세를 뜻하는데, 우리나라는 2019 글로벌 식량안보지수 순위에서 29위를 차지하였다. 2013년 24위에서 5계단이나 내려간 것으로 그 만큼 식량 안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농업은 환경보전, 전통문화 계승, 종 다양성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식량 안보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것은 예전의 농업이든, 최신 기술로 장착된 농업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하지만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희망을 찾는 성장산업이고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다.

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오성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코로나19 사태는 위기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같이 다닌다. 국민 모두 힘을 합하여 극복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새롭게 도약하자. 농업인들이 국민의 식량을 외국에 맡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하고 국민의 생명창고를 담당하고 있음을 자각할 때 국민은 농업을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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