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동우YTN 충청본부장

노동의 본질을 왜곡시킨 자본가는 행복할까? 자본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거나 효용을 높이는 데 드는 밑천 또는 재화의 집합'이다. 이 자본이 인격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자본가다. 자본은 가치를 스스로 증식하는 속성을 가진다. 그 방법이 노동력의 지배다. 여기서 자본가는 불행하다. 자본가들은 소유한 자본의 증식을 부단하게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자본을 소유, 지배하는 자본가가 되레 자본에 종속된다.

노동자는 신성시 여겨야 할 노동을 혐오하고, 자본가는 이윤 획득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해야 할 자본에 얽매인다. 노동자는 노동으로부터, 자본가는 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노동과 자본에 각각 이질감을 느낀다. 이러함으로써 노동자와 자본가 즉, 피지배자와 지배자 모두 사회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한다. 육체와 정신의 주인으로서 삶을 살지 못한다. 이 결과가 바로 불행이다.

또 다른 불행의 근원은 바로 화폐다. 화폐는 '교환 경제사회에서 상품의 교환·유통을 원활하게 위한 일반적 교환 수단 내지 유통 수단'이다. 어찌 보면 자본과 노동을 활성화하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사람들은 화폐를 얻기 위해 일하고, 그렇게 번 화폐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산다. 화폐가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단 하루도 삶을 영위할 수 없다. 화폐를 많이 가진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화폐는 모두가 얻으려고 분투하는 대상이다.

화폐는 또한 지불 수단과 자본의 용도를 지닌다. 상품을 지불 수단, 즉 사고파는 수단으로 화폐가 사용될 때는 평등을 전제로 한다. 상품의 시장가격(가치)에 맞는 화폐를 주고받으면 그만이다. 경제생활에서 화폐의 매개 작용에 의해 구매자는 비로소 원하는 상품을 얻고, 판매자는 또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를 획득하게 된다. 여기서 불행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본으로서의 화폐'다. 이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다. 왜 그럴까? 자본으로서의 화폐는 자본을 끊임없이 증식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는 무자비하리만큼 불평등한 교환 관계가 허다하게 개입한다. 이때 남는 가치 즉, 잉여가치가 창출된다. 이 잉여가치가 노동자와 자본가의 공동 소유가 아닌 자본가의 독점적 소유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처럼 화폐가 상품매매의 수단을 넘어 자본을 증식하는 또 다른 자본이 됨으로써 자본주의를 불평등한 순환의 결과로 이끌게 되며, 자본이 인간(노동력)을 지배한다. 또다시 인간은 불행을 겪는다. 노동자는 주도적으로 생산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그 생산물은 물론 잉여가치를 소유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생산성, 최대 효율성을 모토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은 오로지 경제 관점에서 생산적 삶에 집중하고, 노동으로부터 존재 역량이 감소한다. 급기야 개인의 삶 자체는 자본 집약적이고, 개인들은 경쟁의 정도에 상응하는 인적 자본으로의 자기 전환 이외 그 무엇도 아니다. 상품을 팔아 자본을 획득한 사람은 그 화폐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그 자본으로 자본을 증식하려는 과정에서 자본으로부터 소외됨은 물론 자본으로부터 이윤획득을 위한 억압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화폐 -자본을 소유한 자도 불행을 면치 못한다.

또 하나 불행의 씨앗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미국 사회학자 머튼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단과 다른 집단의 조건들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그 조건의 유, 불리에 따라 만족, 불만족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불리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유리하면 만족감을 느낀다. 상대적 박탈감은 불행으로 이어진다. 만족하면 행복이라 느낄 수 있지만,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고려하면 만족 역시, 또 다른 비교를 통해 불행을 낳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은 행복과 불행이 중첩되어 그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리 발현된다. 그 강도는 불행이 앞선다. 노동력 소유는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지만, 자본 소유를 대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 어느 국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는 점도 불행의 편재를 야기한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YTN 충청본부장

10대 90(인구 10%가 전체 부 富의 양 90%를 차지)이니 20대 80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하는 세상임은 부정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행은 자본의 끊임없는 증식 추구와 노동의 소외.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일그러진 행복의 그림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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