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휴일없이 전략수립 '고군분투' … 피·땀·눈물의 결실

정부의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청주에 유치하는 데 실무를 맡아 추진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전수정 주무관, 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이나겸·정문영·정우채·이계향·최상호 주무관./ 김용수
정부의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청주에 유치하는 데 실무를 맡아 추진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전수정 주무관, 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이나겸·정문영·정우채·이계향·최상호 주무관./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 청주가 정부의 1조원대 국가핵심연구시설인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성공했다. 4개 지자체가 경쟁한 이번 공모사업에서 충북은 8개 평가항목에서 고루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충북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사업이자 10년만에 대형국책사업을 거머쥔 데에는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직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치계획서 작성부터 PPT발표평가, 현장평가, 각계 유치 결의 등 치열했던 유치과정을 들어봤다. / 편집자

 

8명이 의기투합 24시간도 모자라

충북은 2008년 유치 실패후 두번째 도전이었다. 재수생답게 긴 시간동안 탄탄한 준비가 돋보였다. 2017년 11월 재추진을 검토해 2019년 3월부터 지속적으로 정부에 추가 구축 건의를 시작했다. 이후 연구용역, 토론회를 거쳐 올해 충청권 각계각층 결집에 나섰다.

이번 공모를 준비한 실무 주역은 모두 8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모 발표(3월27일) 이후 40일 넘게 휴일도 없없다. 밤샘 근무, 새벽 3~4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40여일간 오전 10시, 오후 2시, 저녁 8시 등 하루 3번 회의를 갖고 특히 저녁 8시부터 자정 12시까지는 이시종 지사 주재 전략회의를 이어갔다. 매일 회의 고정멤버는 이시종 지사, 성일홍 경제부지사,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경제통상국장, 정책기획관, 비서실장, 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등 10명 안팎. 여기에 사안에 따라 각 실·국장, 정책기획실장, 투자유치과장 등 15명 안팎이 추가됐다.

"자정 12시에 회의 끝내고 보고서 내용 수정하고 나면 새벽 3~4시. 어떤 날에는 새벽 6시에도 퇴근했어요. 30년 공직생활중 가장 힘들었지만 이런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가슴벅찼습니다."(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준비는 철저했고 치열했다. 첫 관문인 지난 6일 PPT발표평가 발표를 맡게 된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은 부담이 컸다. 발표시간 25분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본선 전날인 5일 혹독한 리허설을 치뤘다. 지사, 행정부지사, 경제부지사, 실·국장, 충북연구원·충북테크노파크·충북과학기술혁신원(전 충북지식산업진흥원) 각 전문가들, 방사광가속기 이용자, 지질학자 등 30명 앞에서 실전같은 리허설을 가졌다. 질의·응답도 실전에서 도움이 됐다.

"발표를 잘 못해서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오면 사표 쓸 각오로 임했죠.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오창 후기리 소각장 해결방안은 리허설때 나왔던 질문이라 잘 답변할 수 있었어요."(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실무 8명의 고군분투 속에 이시종 지사, 성일홍 경제부지사, 전문가들까지 매달려 힘을 보태면서 43개 평가지표를 담은 유치계획서는 견고해졌다.

"지사님이 새벽 3시에 우리 사무실에 와서 직접 워딩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감동을 받았어요."(김상규)

"경제부지사님 덕분에 유치계획서 내용이 충실해졌어요. 논리를 잘 잡아주셨어요. 제출을 앞두고는 충북연구원,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충북TP 등의 박사들 10명도 매일 저희 사무실에 와서 같이 밤 새워가면서 같이 보고서를 작성했어요."(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1조원대 사업이면 전담조직이나 추진단을 꾸려서 운영하는데 우린 전담인력도 없고 시간도 부족했어요. 묵묵히 도와주고 옆에 있어준 동료들 덕분에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어요. 이계향 주무관님이 저희가 피곤할 때 내밀어준 유자차, 밥 못먹었을 땐 고구마라떼 한잔이 참 고마웠어요!"(이나겸 주무관)

투자유치과에서 7년간 산업단지 업무를 봐온 이응철 주무관은 한달전 합류했다. 구축부지인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의 부지 제공부터 도시가스,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조언역할을 맡았다.

과기부 공모 발표 이후 40일 넘게 하루 3회 회의를 이어갔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방사광가속기 유치계획서 제출을 앞두고 새벽 3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사무실에서 실무들과 함께 보고서를 검토·수정하고 있다. / 변인순 팀장 제공
과기부 공모 발표 이후 40일 넘게 하루 3회 회의를 이어갔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방사광가속기 유치계획서 제출을 앞두고 새벽 3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사무실에서 실무들과 함께 보고서를 검토·수정하고 있다. / 변인순 팀장 제공

 

유치 성공비결은

유치 성공비결로는 전문가들의 조언, 정부 평가기준에 맞는 체계적 전략 수립, 충청도민 결집, 충북도 공무원들의 열의를 한목소리로 꼽았다. 허 국장은 방사광가속기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와 올해 만난 전문가들만 전국 대학 교수 40여명, 활용 기업 130곳이 넘는다.

"재도전이라 준비기간이 길어서 관련 대학, 연구기관과 협약을 많이 맺었고,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죠."(허경재)

"전문들을 만나면서 부지면적이 20만~30만평은 돼야 한대서 거기에 맞췄고, 정주여건, 포항 가속기의 보완점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도내 조성계획중인 산업단지 8곳을 다 검토해서 면적, 조성완료시기, 접근성, 지반·진동 등을 다 고려해 최적지인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을 부지로 선택한 거예요. 고속도로나 KTX와 너무 가까워도 지반에 진동이 생겨서 안되거든요."(변인순)

4·15총선 직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사광가속기 전남 유치 지원' 발언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위기'가 오히려 충북에 '호재'가 됐다.

"호남에서 정치적으로 몰아가던 중에 이해찬 당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면서 더이상 정치적으로 활용 못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 발언 덕에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졌고 과기부 평가는 공정해졌다고 생각해요. 이해찬 대표가 충북을 도와준 셈이죠."(허경재)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상규 과장은 유치계획서 제출(4월29일)을 코앞에 둔 지난 4월19일 모친상을 당했지만 슬픔도 잠시 뒤로 미뤄둬야 했다. 충주에서 삼오제를 지내자마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맏며느리인 변 팀장도 PPT발표평가날과 시아버지 제삿날이 겹쳐서 10년만에 처음으로 제삿상을 차리지 못해 속상했다. 핵심실무자인 전수정 주무관도 밤낮·휴일도 없는 업무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자녀의 온라인수업 출석체크도 까맣게 잊고 일했다.

"경제부지사님이 2주간 매일 저희 사무실에 아침마다 오셔서 새벽까지 일을 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지자체 지원 항목 논리가 부족했는데 그 부분을 진두지휘해주셨어요. 외인구단처럼 충북연구원, 충북TP, 충북지식산업진흥원 등의 전문가 10명도 실무자처럼 주말마다 오셔서 도와줬어요. 혼자였다면 불가능했던 일인데 '같이' 해줘서 가능했어요."(이나겸)

"지사님이 주신 샌드위치 간식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공무원들이 지사님의 격려를 직접 받기가 쉽지 않은데 힘이 났어요."(정문영 주무관)

공모준비기간은 고단했지만 8명의 실무들이 똘똘 뭉쳐서 '의지'가 됐다. 최상호 주무관은 아침회의자료를 챙기는 역할이었다. 오전 8시 회의 전에 보고자료를 완성해야 해 늘 아침이 분주했다.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하고 수정하느라 밤 새우는 걸 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도 일찍 퇴근한 날이 새벽 1시였거든요. 다른 분들은 새벽 3~4시에 들어갔고요.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하니까."(최상호 주무관)

"전담팀이 없어서 고생했죠. 홍보하면서 너무 극박했어요. 유치하고 나니 한달간 밀어놨던 업무가 쌓여있어서 당분간은 또 바쁠 것 같아요."(정우채 주무관)

 

정부의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청주 오창에 유치하는 데 실무를 맡아 추진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직원들이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유치의 기쁨을 다시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이계향 주무관, 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전수정·이나겸·정문영·정우채 주무관, 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최상호 주무관 / 김용수
정부의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청주 오창에 유치하는 데 실무를 맡아 추진한 충북도 신성장산업국 직원들이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유치의 기쁨을 다시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허경재 신성장산업국장, 이계향 주무관, 변인순 신성장동력팀장, 전수정·이나겸·정문영·정우채 주무관, 김상규 신성장동력과장, 최상호 주무관 / 김용수

방사광가속기는 ○○○다.

1년 넘게 유치전쟁을 치룬 실무들은 방사광가속기에 대해 피·땀·눈물로 빚어낸 충북의 꿈이자 충북의 역사이고, 미래의 씨앗이자 미래를 밝힐 빛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방사광가속기는 피·땀이다. 나의 피·땀이자 충북도의 피·땀입니다. 유치를 준비하면서도 눈물 났고, 선정 발표 순간에도 눈물났어요."(변인순)

"눈물의 씨앗이다. 울면서 씨앗을 하나 심었는데 이 씨앗이 충북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과학기술도 발전시키고 노벨상도 기대되니까."(이나겸)

"충북의 역사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충북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고, 새 역사를 쓴 영웅들과 같이 일해서 영광입니다."(정문영)

"애물단지다. 너무 간절히 원해서 온힘을 다해 기적처럼 품에 안은 보물단지가 됐으니까."(전수정)

"충북의 꿈이자 빛이다. 충북도의 주력산업인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발전하려면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충북 전반적인 산업의 미래를 빛나게 해줄 거예요."(허경재)

"새로운 도전이죠. 대형 국가프로젝트에 도전해 성공을 이뤘네요."(이응철)

"꿈의 공장이다. 충북의 미래 100년을 밝혀줄 미래 성장의 꿈의 공장이요."(정우채)

"산업의 두뇌다. 산업 기반의 뿌리인 R&D를 튼튼하게 해줄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 오창이 판교테크노밸리에 버금가는 오창테크노밸리가 될 겁니다."(김상규)

"방사광가속기는 '화합'이다. 같이 밤새워 일하면서 단합하는 계기가 됐어요."(최상호)

청주 오창에 들어설 방사광가속기는 2022년 1월 공사 착공, 2027년 공사 완공후 시운전을 마친뒤 2028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꼭 하고 싶은 말로는 "충북 유치 지지 서명운동에 동참해준 충청도민들이 큰 힘이 됐다"며 "진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남겼다.

 

 #충북 청주 방사광가속기 유치 일지


 2008년 12월: 방사광가속기 구축 유치신청 탈락
 2017년 11월: 방사광가속기 재추진 검토
 2018년 2월: 수요분석 조사 실시
 2019년 3월~2020년 3월: 정부 지원 건의
 2019년 7월~2020년 4월: 예비타당성 연구용역 실시
 2019년 10~11월: 국회토론회, 지역토론회 개최
 2020년 1~4월: 각계 유치 결의 및 건의문 채택
 2020년 3월: 충청권 유치 추진위원회(108명) 구성
 2020년 4월 29일: 유치계획서 과기부 제출
 2020년 5월 8일: 충북 청주 선정 발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