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삐뚤어진 역사도 역사일까, 아닐까? 잘못된 역사도 알려야 할까, 숨겨야 할까?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 부근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남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충북도는 지난 14일 이시종 도지사 주재로 정책자문회의를 갖고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도 없애기로 결론 내렸다. 현재 철거시기를 검토중이다.

이들 기념물 철거 결정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충북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가 전두환·노태우 기념물 철거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충북도가 '실수'를 인정한 결정이었다. 전두환·노태우 기념물들이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하고 기념사업 지원도 박탈된다. 전두환씨는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노태우씨도 같은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아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 있다.

정리하자면, 충북도가 대통령 동상(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을 세우고 대통령길(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을 조성하고 기록화 사업을 계획할 당시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이달 충북5.18기념사업위원회는 "대통령을 역임했더라도 국민을 살육한 독재자, 역사의 죄인을 기념하기 위해 동상을 세우고 대통령길을 만들고 미화하는 기록화를 걸어놓는 것은 몰지각한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음날 도는 '철거'를 결정했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청남대는 1983년 12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돼 역대 대통령의 여름휴가 별장으로 애용돼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전두환·노태우 기념물들에 대해 '철거'로 결정한만큼 철거 이유와 그간 역사에 대해서도 안내판 설치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삐뚤어진 역사도, 없애고 싶은 역사도 역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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