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한국전력수안보연수원 전경

한때 충북의 대표적 관광지의 하나였지만 오랫동안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안보를 다시 살리는 일이라면 충북도민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하물며 충주지역 주민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업이 지역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위해 한전연수원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데다 관련 의혹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둘러싼 책임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으로 시비거리가 잦았던 충주시정과 조길형 시장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따져도 문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 시의 재산(공유재산)과 관련된 사안을 의회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도 그렇지만 이후의 과정은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시의회를 '눈뜬 장님' 취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의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쉬쉬하며 27억원이 넘는 돈을 집행하고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같은 안건을 한달도 안돼 다시 올린 것은 심각한 일이다. 시의회에서 '권한 침해' 등의 말로 격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추진에 더해 대상지 선정에도 의혹이 제기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감정평가전 매입가격을 결정한 것이나, 의회통과를 예단해 결재했다는 설명,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기만과 거짓말이 거듭됐다는 변명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관련된 시의회의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충주시의 독단이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하물며 그 일의 진행에 거짓이 끼었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도, 그럴듯한 명분도 무의미하다. 충주시 스스로 충북도에 감사를 청구한 것만으로는 안된다. 감사를 통해 독단과 독선, 일방적이라는 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어서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조 시장의 변명은 우리사회를 뒤흔드는 정의기억연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번 사안이 불거진 뒤 수습에 나선 충주시의 자세 또한 지적받아 마땅하다. 시의회 내부에서 손발이 안맞았던 것을 빌미로 책임논란에 물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지금 사태의 본질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과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시의회를 기만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조 시장의 두번에 걸친 공개사과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의 해명에 진성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한전부지 매입 논란은 여럿이 길을 떠나는데 혼자 행장을 다 꾸리고는 나만 따르라고 말하는 셈이다. 행장을 꾸리다보면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고, 시간이 급하면 이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우선됐어야 한다. 모두가 짊어질 행장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길을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충주시와 조 시장은 충주의 아픈 손가락인 '라이트월드'를 상기해야 한다. 일방적인 일처리가 낳은 불행이자 피해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까닭을 되새겨야 한다. 사과에 앞서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고, 이런 일이 거듭되지 않도록 살펴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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