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오월을 부르는 말이 많다. '감사의 달' '가정의 달' '계절의 여왕' 등, 다 맞다. 정말 오월이 대단한 달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의 모든 식물이 성장해서 세상이 푸르다. 온갖 화초들이 피어나 향기와 모양을 더한다. 햇빛이 투명하고 하늘이 맑다. 봄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해마다 수많은 행사가 5월에 집중되고 단체 야유회, 동문체육대회도 으레 5월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모임들이 모두 취소되었다. 학교도 미루던 개학을 단계적으로 하고 있으나, 부분적 개학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했던 말이 일상이 된 지금, 감염을 우려해 물리적인 접촉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달이었다, 2020년 5월은 그렇게 고통스러웠지만, 내게는 고마운 것이 많아 정말 감사의 달 5월이 되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름다운 봄을 만끽한 것이다. 잎새란 잎새는 다 초록으로 자라나고, 꽃이란 꽃은 다 피어나 그 향기가 천지를 진동하고, 창문을 열면 방안 가득 채우는 맑은 햇빛과 꽃향기, 이에 더해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 소리가 세상을 깨워주니 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중국의 공장이 덜 돌아가기 때문인지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가 없어져 하늘도 깨끗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리 코로나가 위협한다 한들 산과 들로 나가 자연과 벗하고 싶은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은 조심스러워 피했지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 몇이 산으로 들로 아름다운 봄을 즐길 수 있어 어느 해 보다 행복했다. 새삼 5월이 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가족관계의 회복이다. 2월부터 사무실과 집만을 오가다 보니 소위 '이식 군(二食 君)'이 되어 아침·저녁 식사를 3개월 넘게 집에서 하게 되었다. 여느 부인 같으면 짜증을 낼 법도 한데, 아내는 즐거움으로 나를 대접했다. 자연히 나도 아내에 대한 감사가 더해지고 맘에 들도록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같이 집 주변 산책부터 시작해 주말산행이나 골프도 함께 하니, 대화도 많아지고 그동안 건조했던 부부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이에 더해 어린이집도 가지 못한 채 집에 갇혀 지내는 손자가 안쓰러워, 서울 아들 집을 두어 차례 방문해 함께 식탁을 나누고, 마당 넓은 우리 집으로 불러 한 주 가까이 보내기도 했다. 같이 공도 차고, 산책도 다니며 꽃과 나무 이름도 가르치니, 이렇게 가족 간의 정이 도타워진 것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이웃과의 정(情)도 깊어졌다.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하던 산행 회수도 늘리고, 아침 일찍 골프도 함께 하면서 정을 나누었다. 아예 정기 골프모임을 만들기도 하니,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가까이 살면서도 잘 교류하지 못했던 이웃을 불러 둘레길도 걷고 산행도 함께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어느 날은 아침 산책을 나서는데, 공교롭게도 옆집 부부도 함께 하게 되었다. 어느 골목을 지나다가 부근의 다른 부부가 생각나 불러내, 세 집이 함께 산책하게 되었다. 동네 빵집을 찾아서 정담을 나누니, 행복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주일 오후나 주말 오후에 다른 가족들과도 함께 산책이나 산행을 하면서 정을 나눌 것을 작정한다.

그렇게 5월을 보냈다. 코로나19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언제 또 우리를 더 괴롭게 할지 모르지만, 그 가운데서도 찾을 수 있는 행복은 크다. 2020년 5월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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