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100 부대복귀 중 청주 남일면 논에 추락
인명피해 없지만 2011년 사망사고와 판박이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비행 중 엔진이 정지돼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부대 활주로 인근 논에 비상착륙한 가운데 공군관계자들이 훈련기를 천막으로 덮고 있다. / 김용수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비행 중 엔진이 정지돼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부대 활주로 인근 논에 비상착륙한 가운데 공군관계자들이 훈련기를 천막으로 덮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비행기가) 우측으로 휙 꺾이더니 머리 위를 지나 바로 논두렁에 내다 꽂았어. 조금만 더 내려왔으면 나를 때렸지. 초보자들이 연습하는 거니까, 비행기가 지날 때마다 불안해."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논에서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훈련비행기 추락 장면을 목격한 주민 A(77·남일면 신송리)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을 찾은 B(76·남일면)씨도 "9년 전에도 떨어지더니 또 떨어졌다"며 "마을주민 대부분이 노이로제(신경증)에 걸린 채 수십년을 보내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매년 일어나는 사고도 아닌데 호들갑이냐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여기 직접 살아보면 비행기 볼 때마다 무섭다"고 호소했다.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사 소속 KT-100 훈련기가 비행 도중 기체 결함으로 논바닥에 불시착했다. 공사에 따르면 학생조종사(소위)와 교관조종사(대위)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공사에서 이륙해 50여분 동안 공중조작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부대 복귀 중 항공기 이상 상태 알람(엔진 정지)이 뜨면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다행히 비행기가 논두렁에 떨어지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6월 21일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학생조종사와 교관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우측으로 휙 꺾이더니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논바닥으로 불시착한 KT-100 훈련기와 동일한 비행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논에 불시착한 가운데 같은 날 낮 12시 59분께 공군 관계자들이 파손된 비행기를 인양하고 있다. /신동빈
8일 오전 9시 26분께 공군사관학교 소속 KT-100 훈련기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논에 불시착한 가운데 같은 날 낮 12시 59분께 공군 관계자들이 파손된 비행기를 인양하고 있다. /신동빈

당시 공군참모차장을 중심으로 한 조사위에서는 '연료 분배방치 결함'에 따른 사고로 결론을 냈다. 예기치 못한 기체 결함 탓에 수십미터 상공에 있는 비행기가 지면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1년 훈련기 추락사고 직후 남일면 이장단 협의회는 공군사관학교 등을 상대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공군에 전달된 요구서에는 '비행기 추락사고가 재발될 수 있다', '남일초, 신송초, 동화초 초등학생들이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며 공부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비행장 이전을 촉구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밖에도 공사 인근 주민들은 군부대로 인해 농경지와 축사가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9년 만에 비행기 추락사고가 재차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다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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