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지난 4월 오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오창 유치를 위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충북도민이 바라던 대로 확정 발표가 나고 이틀 후 긴장된 얼굴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분이 계셨다.

그는 오창에 있는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A였다. 4월에 오창 아파트를 B와 계약하면서 계약금 3천만 원을 받고 중도금 없이 잔금은 5월 말에 받기로 하였다. 그런데 방사광 가속기 확정 발표가 나자 이틀 후 A의 통장에 뜬금없이 잔금이 입금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A는 해제를 원하고 B는 이행을 원한다.

매도인은 계약 해제를, 매수인은 계약 이행을 원하는 현상은 집값이 급등할 때 나타난다. 방사광 가속기 유치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아파트값이 올라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이 힘들어지고, 집 없는 서민들의 피해를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다.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쟁 단계 이전에 제도의 예방이 필요했는데 아쉬움이 있다. 부동산 분쟁 소송 서류를 작성하다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가 허술하고 사전 방지 조치가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부동산 거래는 가격의 일치 그리고 법적 안정성이란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계약 분쟁이 생기면 가격의 합의에 전력을 다하는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중개를 성사시켜야 하는 자에게 법적 안정성까지 담보하라고 하니 선수에게 심판까지 보라는 식이다. 결국 부동산 분쟁은 조기 해결이 아닌 시간 들고 돈 많이 드는 소송으로 발전하게 된다.

원래 선수(공인중개사)에 대응해 심판을 역할을 해야 할 등기 자격자 대리인(법무사·변호사)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격자 대리인들은 계약의 최종 단계에서 서류만 직원들을 시켜 가져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 관행에 따르면 자격자 대리인은 거래상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등기에서는 쉽게 돈을 벌고, 분쟁으로 발전하면 소송으로 많이 번다. 즉 꿩 먹고 알 먹는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과 거래 성사는 공인중개사가, 법률문제는 자격자 대리인(법무사·변호사)이 책임지는 구조로 개선되어야 한다. 자격자 대리인은 (계약 초기부터 참여가 바람직하지만) 등기 단계에서라도 직접 참여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질문·응답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며, 등기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여 영구 보존문서로 남기면 현재 발생하는 부동산 계약 분쟁의 3분의 2는 예방할 수 있고. 나머지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오창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중도금의 이행기 전 납입과 계약해제의 사례들은 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하겠지만 제도의 합리적 발전과 자격자 대리인들의 개선이 요구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또한 집 없는 서민에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이 어떤 의미인지,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은 줄고 월세는 상승되는 것이 소상공인에게 어떤 고통인지, 4억을 향하는 청주 아파트값은 청주의 미래인 젊은이들의 희망과 반비례한다는 것에 청주 시민들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최근의 상황에 1년 전부터 청주 아파트를 매수한 외지인들의 환호성은 들려도 청주 시민들은 한숨만 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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