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맘때면 교정에서 학생들을 만날 줄 알았는데 결국 이번 학기는 온전히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낯선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학도 시험, 과제, 평가 등 학생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속에서 익히 경험한 적 없는 오늘의 상황이 혼란스럽기는 하나 그래도 비교적 우리는 슬기롭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재난지원금이 소득기준으로 지급되었다면 그 기준을 따져 선별해내야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또 다른 재난에 직면했을 텐데 마침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어 천만다행이라 여긴다. 세대주 중심으로 지원하다 보니 가족들끼리 나누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가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다는 제자의 하소연에 웃기도 했다. 참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느낀다는 친구도 있었고, 안 받아도 되는 데 굳이 준다니 어쩔 수 없이 받았다는 농담도 들린다.

좋은 정책, 좋은 제도라고 해서 항상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지원금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거철 포퓰리즘 정책이었을 수도 있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은 좋은 정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결정은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낮은 곳에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했다고 보여진다. 슬기로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보건의 위기와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불안한 사람이 늘고 있다. 일회성 재난지원금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무급휴직이나 자진퇴사 등을 강요받는 '깜깜이 해고'가 난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비정규직이나 고용보험 밖의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불안정한 노동자나 빈곤한 사람들은 당분간 일반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그들이 시장에 참여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만으로는 실업이나 빈곤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어려움을 겪는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을 별도로 시행하여 집단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국가의 정치가 올바르면 좋은 정책은 저절로 출현하고 반대로 정치가 올바로 서지 않으면 좋은 정책을 입안해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녹록치 않다면 우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개선부터 해야 한다. 고용안정과 관련된 사회보험제도로서 고용보험제도 개편이 우선 필요하다.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40% 수준에 불과해 이들이 어디서 일을 하고 어디서 언제 해고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아마도 대기업 물류센터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된 것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이들의 이동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일시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근로자·프리랜서·영세 자영업자·무급휴직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1인당 150만 원을 지원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청 2일 만에 12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지금의 이 위기가 단순히 '불황'에 그치길 기대한다.

이미 해결책 없는 바이러스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경제불황이 '공포'가 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새롭게 출범한 21대 국회의 정치와 위기의 경제, 그 안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하루빨리 우리 삶이 나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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