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자마자 가족의 반대에도 전액 기부를 했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어요. 기부가 왜 비난받아야 하나요?"

충북도 한 간부공무원의 하소연이다. 그가 내놓은 돈은 무려 100만원. 4인 가구의 재난지원금이었다. 적지 않은 돈이고, 대단한 용기다. 자녀들이 기부를 할 거면 자신들의 몫은 떼고 아빠몫만 내라고 불평을 했다고, 그럼에도 기꺼이 기부를 했는데 돌아온 건 달갑지 않은 주변 시선이었다고 속상해했다.

자발적 기부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기부의 미덕'이 수난을 겪는 것은 코로나사태 속에서 '소비가 미덕'이라는 화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부터다.

지금같은 국가재난상황에서는 기부의 미덕도, 소비의 미덕도 필요하다. 둘 중 하나만 옳은, 양자택일의 사안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콩 한 쪽도 나눠먹고, 위기속에서 똘똘 뭉쳐 기적을 만들어내왔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350만명이 참여해 227톤의 금을 모으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각계 후원금·후원물품 기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기자

정부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지 한달만에 282억원의 기부금이 모아졌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을 기대했던 정부는 당초 전체 재난지원금의 20%인 2조9천억원이 모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1% 수준에 그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바꿔서 생각해보자. 국가적 위기속에서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기부금액은 '고작' 282억원이 아니라 '무려' 282억원이다. 동참한 국민은 '무려' 15만4천249명이다. 위기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기부, 기부가 있어서 아직 우리 사회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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