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영희 수필가

좋은 시를 보면 암송을 한다. 시인의 의도나 감정을 정확히 몰라도 내가 느끼는 대로 좋아서 흥얼거리다 보면 힐링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보니 암송하는 시가 수십 편이 되고 때로는 모임에서 암송을 한다.

내가 암송하는 시를 듣고 눈물 흘리던 친구가 있었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고마워하던 지인도 있었다.

그날도 최근에 새로 접한 시에 빠져 있는데 그 시를 지은 시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자작시 암송을 듣더니 시 낭송대회에 나가보라고 적극 권유를 한다. 곧 이곳에서 두 개의 시낭송대회가 열린다고.

경험이 없어 많이 망설였다. 생생하게 소설에 차입하기 위하여 잠입도 한다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한번 해 봄이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하고 합리화를 해버렸다.

대화에서 내용 이외의 중요성을 말할 때 메라비언의 법칙을 말한다. 대화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38%, 표정 35%, 태도 20%이고 정작 대화 내용은 불과 7%를 차지한다고 한다. 해서 7:38:55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시 낭송대회에서 목소리 38%는 대단한 것이다.

타고난 목소리지만 발성을 어떻게 하여 공감을 줄 것인지, 시어의 정확한 발음은 물론 노래를 하듯 호흡을 이용하여야 한다. 고저장단과 강약을 정확히 사용하여 시가 지니고 있는 감동을 전하여야 하니, 시어의 고저를 구분하다 보면 강약에서 걸린다. 말을 배운 후 수 십 년이 흘렀으니 모르게 굳어진 억양으로 발음하는 버릇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정관념은 나이에 비례해서 선상지 찌꺼기처럼 쌓여 있다는 것도 확인을 하였다.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처음 계획대로 고치고 나면 다른 곳이 눈에 거슬렸던 것과 매한가지다. 당초 계획보다 많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라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생각 못한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있어 이제 접을 수밖에 없다고 시인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릴 수도 없다. 나름대로 보름 동안 최선을 다하고 그 날이 되었다.

끝나고 연습 때보다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누군가가 짚었다. 왜 시인의 이름을 생략했느냐. 일부러 그랬느냐 하는데 그제야 대형 사고를 친 것을 알게 되었다. 무대체질이라 떨지 않는다고 자만한 내게 평소에 암기를 잘하니 일부러 그랬다고 오해를 한 모양이다. 글쓰기는 퇴고를 할 수 있지만 순간 예술은 그 기회가 지나가니 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재테크에 눈이 멀어 내용 연수가 넘은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다가 무너져 불상사를 낸 뉴스가 스쳐 지나갔다.

내용연수를 따져서 가능한지, 예산 내에서 우리 집에 어울리는지를 보는 눈과 정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 낭송은 거기에 청중과 평가하는 심사자의 안목까지 생각해야 한다.

시에 내재된 음률을 보고 호흡을 조절할 혜안이 없는 나도 뉴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기가 있어 좋았고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는 남편의 한 마디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이영희 수필가
이영희 수필가

# 약력
▶1998 한맥문학 신인상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청풍문학회 회장 역임, 충북 소설가 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18 청주시 생명글자판 당선, 26회 동양일보 소설부문 당선
▶수필집 '칡꽃 향기', '정비공'
▶충청북도교육청 방과후학교지원단장 역임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현)
▶nandasin12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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