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10년간 7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재임 10년간 사용한 총 연차 일수다. 다시 말하지만, '1년간'이 아닌 '10년간'이고, 여름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일수다. 10년간 7일.

2010년 민선 5기에 취임해 10년 재임한 이 지사는 휴가 안 가기로 유명하다. 여름휴가는 10년간 2018년에 단 4일 다녀왔다. 연차는 2017년에 하루, 2018년에 이틀 총 3일이 전부다. 그는 휴일에도, 심지어 휴가기간에도 일하러 나왔다. 국비 확보를 위해 정부청사를 쫓아다니기에 바빴고 지난해에는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오죽하면 "우리 지사님, 제발 휴가 좀 보내주세요"라는 말이 충북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공공연하게 나올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도지사 연차 일수는 1년에 21일이다. 총 210일 중 7일을 사용한 이 지사의 연차소진율은 0.03%다.

휴가는 필요하다. 그냥 노는 차원이 아니라 재충전의 의미다. 또 중요한 것은 지사의 휴가는 지사 개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지사는 물론이고 실·국장, 나아가 과장들의 여름휴가에까지 도미노로 영향을 미친다. 지사가 휴가를 가지 않는데 실·국장들이 맘편히 휴가를 떠날 수 있겠는가?

김미정 기자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행정안전부는 올해 공무원 여름휴가 운영 방침을 통해 자유로운 사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간부공무원부터 솔선해서 휴가를 가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년보다 기간을 3주 늘려 9월 셋째주까지로 연장하고 분산휴가, 2회 이상 쪼개기, 국·과장 이상 간부 솔선 등을 내세웠다.

충북도와 시·군 지자체 공무원 1만5천여명도 1년만에 여름휴가를 떠난다. 코로나로 지친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을 풀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지사도 잠시 일을 내려놓고 '쉼표'를 찍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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