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화 27년… 퇴직 전 조직과 후배 위한 길 '한걸음'

지난 7일 열린 청주동부소방서 직장협의회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 모습. /청주동부소방서
지난 7일 열린 청주동부소방서 직장협의회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 모습. /청주동부소방서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및 고충처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직장협의회법 개정으로 소방 직장협의회(이하 직협)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청주동부소방서는 법 개정 한달여 만인 이달 7일 직협 출범을 위한 설립총회를 열고 임원진을 선출했다. 이에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율량119안전센터 신동강 소방위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소방업무의 특성상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재난현장에서는 서장부터 막내직원까지 모두 하나가 돼야 임무수행이 가능하기에 생긴 문화죠. 이러한 조직문화가 때로는 도움이 되지만, 후배직원들이 의견을 내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의견을 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기존 관행을 받아들이죠."

올해로 27년째 화재진압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강 소방위는 담담한 목소리로 소방조직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는 경직된 조직문화, 신 회장이 퇴직을 2년여 앞 둔 시점에서 직책을 맡은 이유다. 자신이 떠나더라도 후배들은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 그를 움직였다.

"직협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협의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문득 제가 그간 보내온 소방의 시간과 남은 시간을 생각해 봤죠. 소방대원으로 생활하며 지금까지 화재임무 수행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소방조직을 위한 일은 무엇을 했을까 고민해보니 딱히 한 일이 없었죠. 이제는 조직과 후배들을 위한 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 마지막 남은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큰 고민하지 않고 후배들의 제안을 수락하게 됐습니다."

청주동부소방서 직협 준비위원회 대표 발기인으로 나선 신 소방위는 그 길로 협의회 가입대상인 후배들을 만나러 다녔다. 직장협의회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무관심'이었다.

"우리를 위한 법이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어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지, 굳이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은 거죠. 거기다 센터별로도 분위기 차이가 있어, 직협을 준비하는 대원들이 속해있지 않은 센터는 그 정도가 더 심했죠. 아마 센터 내에서 관심이 있는 대원이 있더라도 동료들과 자유롭게 직협에 대해 의논해 보기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돼요. 최일현 부대표가 각 센터를 일일이 다니며 직협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홍보했지만, 반응은 센터별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직협 임원진 등을 구성하는 창립총회에서 가입대상 223여명 중 118명이 가입했다. 전체의 50%를 겨우 넘는 수치다. 

청주동부소방서 직장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신동강 소방위가 '직원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직협'이 될 것을 약속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청주동부소방서 직장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신동강 소방위가 '직원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직협'이 될 것을 약속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소방에서는 직협의 개념과 활동에 대해 아직 많이 생소해 하는 것 같아요. 협의위원들이 각 센터를 돌아다니며, 정확히 알리고 한다면 분명 단시간 안에 많은 대원들이 직협에 가입할 겁니다. 청주동부소방서 직협 가입 목표는 100%입니다."

신 소방위는 직협 공식 출범 일주일여를 앞 둔 시점에서 '어떻게 대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조직 내 이러한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첫발을 띠는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직협 회장직에 오른 후, 이건 이렇게 고쳐보자, 저건 저렇게 고쳐보자는 제안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소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동료들이 보내주는 의견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서장과의 협상을 통해 무언가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이유는 이러한 제안이 소방 모두를 위한 것이 맞는지, 소방 모두의 바람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당분간은 직원 가입율 100%에 초첨을 맞추는 것과 더불어, 목소리를 어떻게 잘 듣고 전달할지, 직협 시스템에 대한 세세한 부분들을 다듬는데 신경 쓸 계획입니다. 시스템이 갖춰진 다음, 우리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업무 능률향상·직원복지 등을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무엇을 바꾸는 직협이 아닌 직원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직협이 되겠다는 신동강 소방위는 직협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약속했다. 그는 소방서장으로부터 설립교부증을 받는 즉시, 운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가입회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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