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21대 국회 첫 인사청문회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끝났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정보위원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통합당은 김창룡 경찰청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이어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집중 따졌지만 슈퍼 여당인 민주당의 보고서 채택을 막지 못했다.

이번 인사 청문회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 정치권에서는 과반을 휠씬 넘는 176석의 의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통합당이 스모킹 건을 찾지 못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통합당은 결격사유가 될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데다 20대 국회처럼 흠집 내기, 고성, 억지 주장, 인신공격 등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구태를 재현해 국민 공감도 얻지 못했다.

통합당의 이런 모습은 이번 청문회가 맹탕(?) 청문회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그들은 압도적인 여당 의석수를 탓할 지 모르겠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들이 걸러진 사례들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권 시작부터 레임덕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권 할 것없이 청문회는 이어졌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석수 등 주위 여건이 문제가 아니라 청문회에 대한 준비와 운영이 관건이다.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세부터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인사청문회는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통합당은 시작전부터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도입된 인사청문회에서 첫 낙마한 후보자는 2002년 7월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부결됐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도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중도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국회 투표 부결), 김병준 부총리(논문 표절 의혹),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지명 철회)가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부동산 의혹),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스폰서 의혹),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박연차 게이트) 등 7명이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부동산 투기 의혹),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전관 예우 논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역사관 논란) 등 5명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별반 다르지 않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아들 학사비리 의혹),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논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부동산 투기 의혹) 등 7명이 중도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됐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하자 대안이 아닌 인사 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해 무력감을 드러냈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왜 국민이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는지를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하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잘 운영해서가 아니라 국회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막말과 반대만 일삼은 통합당을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태에 머물렀을 뿐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의석 장악에 자만하지 말아야 하는 만큼 제1 야당인 통합당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여야가 선거에서 멋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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