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측사상 최장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올해 장마는 기상이변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여름철과는 별도로 장마철을 한 계절로 삼아야 할 정도로 우기가 길어지고, 거세지면서 강우를 대비하는 수방대책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올 장마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산사태다. 집중호우가 거듭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충북에 피해가 집중됐다. 오랜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탓이 크지만 주목할 만한 다른 요인이 더해진 결과다.

올 장마철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절반가량이 충북에서 일어났다. 충남도 적지않은 규모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충북의 수해 사망자 절반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재산피해는 시간이 좀더 지나야 정확한 집계가 나오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소규모 산사태가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피해상황도 큰 일이지만 이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어 더 걱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해처럼 집중호우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는 장마철이 계속된다면 산사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산사태에 대비한 재난복구가 필요하다. 이미 일어난 곳은 물론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 미리 막아야 한다. 일차적으로 발생 현장의 토사유출을 막는 사방댐을 적극 늘려야 한다. 비용과 기간, 효과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파악하지 못한 위험지역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충북의 인명피해 발생 3곳 모두 취약지역에서 빠졌다. 관리 및 예방활동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다. 이런 곳이 도처에 산재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산사태 예방활동과 대책이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다. 바로 산림을 훼손시켜가면서 들어서고 있는 태양광발전 시설이다. 주택이나 농지 등 일반 평지에 설치되는 시설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상당수 태양광발전 시설들이 임야에 설치되고 있다. 땅값이 싸기 때문인데 이러다보니 산기슭 등 비탈면에도 들어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배수시설이나 지반 안정을 위한 노력과 장치도 없다. 굵은 장대비라도 내리면 곧바로 흙탕물과 함께 토사가 쓸려가는 곳이 적지 않다.

태양광시설로 인한 산사태는 충북만의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도 산림훼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 설비의 산지 설치는 현 정부들어 매년 2배 가량 늘어났다. 자연이 가진 홍수조절 기능을 뺏는 것도 모자라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해 충북의 산사태 가운데 11건이 태양광 설비와 관련이 있을 정도다. 이대로 놔두면 그 피해는 눈덩이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반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산지의 태양광 설비는 재검토돼야 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로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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