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희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남자아이들은 여러 말을 하면 못 알아듣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잔소리가 늘어난다. 방학을 맞이하고 보니 또다시 늘어난다.

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한쪽에 늘 육아서적들이 꽂혀있다.

그중 눈에 들어온 책 '큰 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임영주 지음/노란 우산) 책을 읽던 중 눈에 들어온 '아들에겐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얘기하라'.

길게 말할수록 더 듣지 못한다는 걸 엄마들도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럴까?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들어' '말을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복되는 일들.

이 책의 저자는 몇 년에 걸쳐 관찰하고 실행한 결과 남자아이들이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이렇게 하라고 한다. 1단계 '단문으로 말하기' 그렇다고 "밥 먹었어? 양치는? 숙제는? 준비물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단문이 아니라 소리의 긴 향연이란다. 아들은 이렇게 이어지는 단문의 나열도 잔소리라고 여기고 싫어한다고 한다. 2단계는 '한 상황에 한 가지씩' 말하기. "그러니까 전에도 말했잖아, 근데 왜." 이런 말은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그 상태에서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하교 후 집에 들어오면 먼저 "손 씻고, 안내문 꺼내놓고, 오늘 할거해."라고

그래서 이제는 한 개씩! 해보고자 노력한다. 아직 습관이 잘 안 되어서 나열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아이들이 "엄마 뭐 하라고요?" 하고 물어본다. 밖에서 들어오면, "손 씻어" 씻은 다음에 "안내문 있으면 엄마 줘야지" 그리고 나서 "그럼 그다음에는 뭐해야지?" "다 한 다음에는 엄마에게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해! 라고 하니 어느 정도는 언성을 높일 일이 잦아들었다.

'말과 행동에서 사랑이 전해지게 하라'

사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찾지 않으면 작은 행동부터가 짜증이 나기 일쑤다.

밥을 먹다가도 입에 묻거나 옷에 흘리거나 신경 쓰지 않고 먹는 아들을 보면 "이게 뭐야, 다 흘리고 먹었네, 입 닦고, 옷에도 묻었잖아" 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럴 때 "온몸으로 맛있게 먹었네!"라고 말을 바꿔서 하기 시작하니 "엄마 옷에 또 묻었어요"라며 눈동자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아들에게 "괜찮아, 빨면 되지"라고 이야기하니 한결 환해지는 표정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그동안은 솔직히 옷을 빠는 것이 귀찮고 좀 잘 먹지 왜 그리 흘리면서 먹을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어릴 적에 흘리기도 하고 묻히기도 하고 그랬지 않나.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그러면 언젠가 이런 말을 하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을 때가 올텐데, 지금의 순간이 비록 짜증스럽더라도 한숨 크게 쉬고 긍정의 언어로 말해보자. 큰소리를 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적게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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