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교회발 코로나19 대유행이 결국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등굣길을 또다시 막았다. 올해 신학년초를 엉망으로 만든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교차가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처음해보는 수업과정인데다 준비가 부족해 벌어졌던 시행착오들은 한학기를 거치면서 어느정도 정리가 된 듯 싶다. 하지만 미래 학교수업의 대안으로 꼽혔던 원격수업의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고 대책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예상밖의 모습도 연출됐다. 당장 2주후를 예상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발등의 불부터 꺼야할 판이다.

충북을 비롯해 내심 2학기에 전면등교를 기대했던 교육당국과 학교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방역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원격수업 지속에 따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16일 수시 학생부 마감을 앞둔 고3 교실에서는 대입전략 고민은커녕 학생부 작성에 쩔쩔매고 있다. 올 1학기 학생부를 채워야 하는데 내용이 없어서다. 동아리·봉사활동도 하지 못한데다가 발표·토론 등 교과수업을 바탕으로 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평가도 빈 곳 투성이다.

게다가 올 대학교 신입생들의 반수(半修) 전망까지 더해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 강의 등으로 학교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작용이다. 수능을 비롯해 대입을 앞둔 만큼 방역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 이미 서울의 한 체육학원에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확산세가 더 지속되면 수능시험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3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떤 상황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부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유독 고3에게 더 잔인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학사일정 초읽기에 들어간 고3도 그렇지만 다시 막힌 등굣길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학력격차다. 가능한 비슷한 여건아래에서 공부를 하고 이를 통해 우열을 가려야 하는데 공부하는 여건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간에 학생들의 이해도와 성취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등 신입생의 경우 학교를 가는 것 자체가 교육의 한 과정이다. 수학여행과 수련활동 등의 체험학습은 물론 생존수영 등은 대면수업이 필수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 나라 전체가 중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학교사정만 살펴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6월 수능모의평가 결과 중상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학력격차 문제가 흘려들을 일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당장 등교숫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교육부도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자율학습 콘텐츠 지원이나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운영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의료분야 방역시스템처럼 감염병시대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틈새가 커지기전에 막아야 큰 화를 피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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