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코로나19의 종식이 요원해 보인다. 폭증하는 사망자, 경제 공황, 지역봉쇄 등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빌 게이츠는 수백 만 명이 죽고 내년 말쯤 끝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총리 메르켈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최대의 위기라 한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서기 전후를 뜻하는 BC와 AD도 코로나 이전, BC(Before corona)와 질병 이후, AD(After Disease)로 정의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그 충격파가 상상 이상이다.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인류를 공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백신이 개발될 때가지 인류가 고통을 겪고, 얼마 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리프킨(J. Rifkin)은 이미 2014년에 바이러스에 관한 섬뜩한 예언을 한 바 있고, 그것이 오늘날 현실화되고 있어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리프킨은 인류의 무절제한 자원낭비가 이상기후를 가져왔고, 기후위기는 생태계의 교란과 붕괴로 이어졌으며, 궁극적으로는 야생동물의 이동과 함께 바이러스의 창궐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식지를 잃고 이동해온 야생동물을 숙주(Host)로 해서 바이러스가 문명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과정을 보면, 이 예언이 맞아들어 가고 있다고 볼 근거가 상당하다. 리프킨은 기후문제, 곧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 없이 인류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요컨대,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 디스토피아 현상은 인류의 탐욕이 자초한 재앙인 셈이다.

최근에 겪었던 미증유의 이상 기후가 이를 입증한다. 7월의 이상저온과 폭우를 동반한 최장기 장마는 종래에 우리가 겪었던 사례와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적으로도 북극의 해빙이 예상보다 더 확산되었고,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우림지역의 화재가 30여 곳 넘게 일어날 정도로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리프킨의 분석이 타당한 가설이라고 모두가 공감하면, 바이러스 감염병의 근본적 대책을 모색하여야 하고 국가적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대응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곧 '뉴 그린'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고,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비한 새로운 표준, 곧 '뉴 노멀'을 수립하는 것이 그 다음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거대한 담론은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글로벌 거버넌스'가 요구되는 것이다. 세계의 전 지역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범지구적 차원의 대응 없이는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별히 유의할 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대책이다. 이번 코로나19 사안에서 특징적인 것은 빈곤층일수록 코로나 사망률이 현격히 높았고, 위험지대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각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하거나 취약한 국가가 코로나19로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출발한다. 보수 정당인 독일의 기민당은 물론 한국의 보수 정당도 전향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세계 180개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환경보호수준 80위, 사회적 안전망이 하위권에 속하는 한국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K방역'이라는 브랜드로 국민의 역량을 과시했듯이,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는 또 하나의 '뉴 노멀' 브랜드가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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