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공포영화가 이보다도 더 무서울까? 좀비영화 '살아있다'를 집에서 보고 있는 남편 옆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에는 좀비 바이러스가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면서, 집안에 갇혀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구조를 기다리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 흡사 현재 코로나 상황의 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바이러스처럼 근래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수를 보고 있으니 충분한 병상이 마련되어 있을지, 방역 통제 수준을 넘어서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어린아이들이 이 상황을 더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외출을 얘기하면 "엄마 코로나 걸리면…"하며 주저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천년, 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눈높이에서 얘기해주시고, 친구와의 거리두기도 항상 강조해주셔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까운 상황인데, 개학을 앞두고 또 언제 학교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리어 딸은 광화문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모를 걱정한다. 나 또한 밀집도가 높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하고 있는 여동생의 안부를 종종 묻는다. 그사이 긴급하게 어린이집 2주간 휴원에 따른 긴급보육 수요조사가 진행되고, 예전에 가봤던 장소가 확진자 동선과 함께 거론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 간간이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마스크 착용 요구에 난동을 피우며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킨 여자, 마스크를 안 쓰고 버스에 오르고는 버스기사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얘기하자 목을 물어뜯은 남자. 체온측정을 요구한 관리사무소 직원을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한 입주민. 음주상태에서 자신을 코로나 확진자라며 침을 뱉으며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연이어 뉴스에서 보도되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모두에게 갑갑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게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화풀이 대상을 찾지는 않았으면 한다.

또 길어지는 이 상황에 판치는 것이 무분별한 가짜뉴스다. 누구나 쉽게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는 우리에게 언택트, 비대면이 가능한 문화를 선사했지만, 개개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좋은 도구들을 혹세무민의 발판으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은 A인데 B, C, D로 둔갑해버린 가짜뉴스의 자극적 프레임 뒤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시각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상황이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반년이 지나서야 이제 한숨 돌리고 부모님을 뵙고 왔던 직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식을 연기하고 다시 청첩장을 주며 환하게 웃던 후배에게도 다시 인내의 시간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한 아들의 작은 소망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우리의 발목이 잡혀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내려놓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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