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영철 ESD(주) 대표·(사)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민들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초강력 태풍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한데다 코로나 19도 2차 대유행을 겪고 있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재앙 수준에 사회,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19는 정부의 방역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어느정도 사태가 진정될 즈음에 우려했던 2차 대유행이 터졌다. 특정 종교와 단체를 중심으로 n차 감염이 현실화 되면서 3단계 격상이 검토되고 있다.

추석 명절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온라인 성묘가 권장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명절 연휴 기간에 제례실과 휴게실 폐쇄는 물론이고 음식물 섭취를 금지할 방침이다. 봉안시설의 분향실 폐쇄에 따라 '언텍트 성묘'라는 새로운 문화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역대 최장의 장마와 함께 태풍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0호 태풍 하이선은 강한 바람과 함께 곳곳에 물폭탄을 쏟아 부었다. 간접 영향을 받은 내륙도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마이삭, 바비 등의 태풍이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었다.

긴 장마와 태풍 때문에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은 당도가 떨어지고 맛과 향이 예전 같지 않다. 애써 키운 과일들의 낙과 피해가 심각하고 논과 밭의 작물들도 물에 잠기었다. 한 해 최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심각한 재해를 겪고 있다. 농민들은 잘 해봐야 지난해 절반 수준의 수입이 예상된다.

상인들도 울상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든데다 비대면 성묘 분위기에 제수용품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명절때만 되면 이웃과 친지, 동료 등과 작은 정을 나누는 선물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주고받는 과일 품목은 공급이 달리면서 시세가 많이 오르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선물을 고르다 보니,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오른 과일은 외면받는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업의 사례다.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매주 월요일은 주요 업무추진 계획을 논의하고 이슈 사항을 정리하는 주간회의를 갖는다. 직원 15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거래처 추석선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추석 전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그동안 지역의 농산물을 꾸준히 구매했으나 올해 사과, 배 세트 구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못하는 것이다. 태풍 피해로 물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도 생각보다 매우 비싸다는 이유다.

직원들과 논의 끝에 스팸세트로 결정했다. 농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로 9개월째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6월까지는 어떻게든 견뎠다. 여름 휴가도 없이 일만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석명절이 코앞인데,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4분기 전망도 어둡다.

그나마 코로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업종은 부도직전이다. 내수는 물론 국제교역이 사실상 끊기고 수출입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철 ESD(주) 대표·(사)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미래도 불투명해 이성적인 판단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루빨리 태풍피해 복구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내수는 물론 세계 경제활동이 회복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더 이상의 자연 재해나 코로나 19 피해가 없이 모두가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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