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의회 건물 전경. / 충북도의회 제공

4년 임기의 선출직을 뽑기위해 4년새 3번의 선거를 치르고 선거때마다 수억원의 비용을 허비한다면 이런 자리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을 까. 주민의 대표라는 빛나는 자리임에도 손가락질 받는 입장이 되어버린 충북도의원 보은군 선거구 얘기다. 최근 이곳이 지역구인 박재완 도의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수사와 관련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도의회를 거쳐 사퇴가 확정되면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재선거로 의원배지를 달은 그의 재임기간은 단 5개월 하루로 도의회 역대 최단 기록이다.

한 선거구에서 한번의 임기동안 세번의 선거를 치르는 것 또한 도내 최초의 일이다.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아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쳤다. 11대 도의회로서도 중도낙마 의원수에서 역대 두번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반기 3명에 이어 이번까지 4명에 이른다. 이로써 지난 6대 때 의장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 받은 6명의 의원이 무더기로 퇴진한 사례에 버금가는 처지가 됐다.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내 갈등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게 엇그제인데 또 다시 흑역사의 멍에를 쓰게 됐다.

선거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개인적 잘못인 만큼 도의회의 도매금은 곤란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퇴진한 3명의 의원들이 11대 기록으로 남았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초대부터 지금까지(11대) 임기를 채우지 못한 도의원이 총 14명인데 11대에만 4명이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충북도의회는 새로운 이미지,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실질적 임기가 1년 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연한 자세로 심기일전해도 만만치 않은 길이다.

하지만 이번 도의원 중도낙마로 가장 큰 흠집이 난 곳은 다름아닌 보은군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미 지역에서는 자정운동이 필요하다는 반성과 함께 박 의원의 사퇴에 앞서 지역민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전에도 사전선거운동이란 부정선거로 인해 도의원이 물러난 상황에서 다시 선거부정의 오점을 남겼다는 사실도 상처를 키웠다. 내년에 치러질 보궐선거의 비용만 7억원에 달한다는 예상이고 보면 경제적 손실 또한 적지않다. 더 큰 아픔은 이같은 일이 이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앞서가는 것이지만 내년 보은 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 불법행위 등 부정선거를 않겠다는 지역의 다짐과 더불어 예기치 않은 멍에를 쓴 도의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자정(自淨)이 온전히 이뤄지려면 어느 쪽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후보자를 고르기 위한 정치적 활동과 과정부터 모든 게 투명해야 한다. 이를 앞장서 실천하는 일을 도의원들이 짊어지는 것은 어떤가. 누구의 몫인지 따지기 전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 필요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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