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올 한 해는 어렵게 보내고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줄어드는 나이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 어릴 적 가난해서 감자나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은 그래도 행복했다. 코로나 감염병에 폭우와 태풍까지! 올해는 유난히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코로나 19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동안 사람이 저지른 업보라고도 하고, 지구가 던지는 엄중한 경고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미운 사람이라도 마음껏 만나기나 하면 좋겠다. 기차라도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자전거 타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안성맞춤이다. 언젠가는 아주 멀리 갔다 왔는데 안장통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궁둥이도 아프고 남자의 상징이라고 하는 곳도 아려오는데, 아이고 이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자전거만큼 좋은 게 없다.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잠시라도 멈추면 바퀴는 굴러가지 않는다. 아니, 그냥 길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배울 때 얼마나 흔들리며 넘어졌는가. 논어 학이편 첫 장에 나오는 '학이시습지'에서 학습이란 말이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학學'이란 배움을, '습習'이란 익힘을 뜻한다. 배우고 익힌다는 뜻인데, 주자는 '논어집주'에서 배움이란 어른이 하는 것을 본받는 것이고, 익힘이란 마치 새가 둥지에서 날기 위해 수없이 날갯짓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전거는 그렇게 해서 학습했다. 단, 두 바퀴가 앞을 향해 나아가야 온전히 설 수 있었으니! 어린놈이 뭐 이치나 알고 배웠겠는가마는,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일념뿐이었으리라.

미호천 자전거 길은 언제나 사람들로 넘친다. 아마 저들도 코로나로 지친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을 발판 삼아 그 위를 두 바퀴로 달린다. 젊은 사람들은 쌩쌩 달린다. 나는 천하태평이다. 그냥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나아간다. 바람에 실려 오는 삼라만상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침묵한다. 앗, 생각이 너무 깊었나? 졸음이 밀려온다. 이런. 정신 차리고 보면 그래도 두 바퀴는 잘 굴러가고 있다. 온전히 서서 가고 있다.

자전거 두 바퀴! 이건 한마디로 균형이다. 예를 들어, 뭔가를 배웠으면 이놈을 곱씹어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래야 위험하지 않다. 코로나는 엄청난 화두를 던진다. 분명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당신들이 그렇게 무분별하게 지구 환경을 훼손하면 이런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코로나는 아마도 인류에게 균형의 삶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극단으로 가지 말라고. 지구가 더워지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는 밟고 굴러야 나아간다. 그리고 핸들을 잘 잡아야 쓰러지지 않는다. 이것은 중도의 길이다. 마치 가야금 줄이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아야 소리가 잘 나듯이 자전거도 그렇다. 코로나 위기 앞에 내뱉는 치우친 주장이나 행동은 백해무익하다. 절제와 균형으로 쓰러지지 않고 나아갈 때 코로나도 사라질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간다. 오롯이 자전거 두 바퀴로!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약력
▶2006년 월간 문예사조 수필 등단
▶CJB 청주방송 제5회 TV백일장 수필 장원
▶한국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청주문인협회 회원
▶저서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 '학교로 간 붓다', '소똥 줍는 아이들', '내가 묻고 붓다가 답하다',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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