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일상에서 자유란 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나는 그런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특별히 자유에 제재를 크게 받아 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불편함을 특별히 느꼈던 적이 없어서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어서다.

그런데 지난해 집회와 관련해 약간 당혹스러운 경험이 있다. 연말에 조카들에게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다며 여동생이 세종문화회관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언니까지 출동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차가 많이 밀려서 무슨 일인가 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손에 자신을 나타내는 도구를 들고 있고, 여러 대의 중계 차량과 경찰까지 뒤섞여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었다. 커다란 무대에서 누군가 연설을 하는데 마이크 소리가 쩌렁쩌렁해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 광경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생 신분으로 사서교사 임용증원에 대해 요구하면서 정부청사 주변의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지나면서 짧게 들었는데 격앙된 목소리, 누군가를 비하하는 연설이 듣기 좋지는 않았다.

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소리에 딸아이가 놀랐다. "엄마 무서워. 이거 뭐하는 거야?" 딸아이가 묻는다. 귀를 막아주고 실내로 들어왔다. 추위 탓인지 세종문화회관으로 들어온 집회 참가자들과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 뒤섞여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러 나오신 거야?"라고 말은 해줬지만 놀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로 인정되는 집회,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관철하려는 노력의 현장이었다. 아이들에게 사회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무언가 힐난하고 막말하는 듯한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았다. 분위기가 말해주는 집회의 모습을 아이도 느낀 건 아닐까 싶었다.

공연도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누가 시작한 건지 몰라도 집회 참가자와 일반인이 에스컬레이터를 교차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집회 참가자는 다음 집회 때도 또 나올 거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큰 싸움으로 번질까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집회의 자유의 문제가 작년 12월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집회는 가깝게는 선거유세를 위한 집회, 민주화를 위한 집회, 일제강점기의 비밀집회, 반봉건·반외세의 동학농민운동 집회부터 멀리는 하늘을 숭배하고 제사 지내는 원시 제천의식을 위한 집회까지 다양하다. 여러 집회들이 민주주의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이뤄졌는데 이러한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어느 선까지일까? 물음표가 생긴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사회가 개인에게 행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는 어디가 정도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자유란 무엇인지,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번 주말에는 150년 전에도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고민한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책장에서 꺼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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