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대상자 이발봉사… 곁눈질로 익혀 자격증까지

이상희 경위가 무료급식소인 '재성이네 나눔쉼터' 앞에서 급식을 받으러온 사람들에게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이상희 경위가 무료급식소인 '재성이네 나눔쉼터' 앞에서 급식을 받으러온 사람들에게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이발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머리를 깍아주면서 작지만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충북치안대상을 수상한 충주경찰서 경비교통과 이상희(49) 경위는 지난 2012년부터 9년동안 비번인 날이면 어김없이 장애인시설과 노인요양원, 무료급식소 등을 찾아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이발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충주시 직동에 위치한 장애인시설 '한터'와 산척면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 '참 좋은 집'을 비롯해 무료급식소인 '재성이네 나눔쉼터' 등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수용돼 있거나 모이는 장소를 찾아 다니면서 머리를 깍아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해오름봉사단'이라는 봉사모임에서 동료 자원봉사자 5∼6명과 함께 한달에 7∼8회 정도씩 이발봉사에 나섰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노인병원과 요양원 출입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개인적으로 한달에 3∼4회 정도 이발봉사에 나서고 있다.

이 경위는 취재진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19일에도 마침 비번일을 맞아 충주누리장터에 위치한 무료급식소인 '재성이네 나눔쉼터' 앞에서 무료급식을 받으러 온 노숙인과 장애인,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머리를 깍아주고 있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나와 오전 내내 쉬지않고 이발봉사를 펼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재성이네 나눔쉼터 운영자인 김창열씨는 "이곳에서 무료급식을 제공받는 사람들이 줄잡아 80∼100명 정도되는데 경제적으로 이발조차 하기 힘든 형편"이라며 "잊지 않고 정기적으로 찾아와 이발봉사를 베풀어주는 이 경위가 그들에게는 천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상희 경위가 무료급식소인 '재성이네 나눔쉼터' 앞에서 급식을 받으러온 사람들에게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고향인 충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5년간 근무한 뒤 1997년 경찰에 입문한 이 경위는 우연한 기회에 2012년부터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발기술이 전혀 없었지만 곁눈질로 배우고 익히면서 이제는 '가위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능숙한 가위질 솜씨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3천500명 정도의 머리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2014년에는 본격적인 이발봉사를 위해 이용자격증까지 땄다.

가위를 비롯한 이발기구가 비싼데다 6개월에 한 번정도 교체를 해야하다 보니 개인적인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이발봉사는 꼭 해야만 하는 의무가 돼버렸다.

이 경위는 비번인 날에 이발봉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교대근무하는 부서를 원하고 있다.

가진 그는 지난 2007년부터는 충주시지체장애인협회에 13년동안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오는 등 천성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이상희 경위는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인데 너무 과분한 상까지 받게 돼 몸둘 바 모르겠다"며 "남들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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