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뭄에 생육 부진·인력난 가중 '이중고'… 농민들 울상

김장철을 앞두고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한 절임배추작목반 농부들이 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 김용수
김장철을 앞두고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한 절임배추작목반 농부들이 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가을 가뭄으로 예년에 비해 배추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절임배추 가격은 1박스(20㎏) 가격은 작년보다 2천원 정도 오를 것 같습니다."

29일 오후 1시30분께 청주시 낭성면 인경리의 한 배추밭에는 올 겨울 김장에 쓰일 가을 배추 수확으로 한창이다. 대여섯명의 작업자들은 이곳에서 수확, 운반 등을 분업해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진혁(42)씨는 배추농사만 올해로 11년째다.

김씨를 통해 듣게된 올해 가을 배추 작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여기에는 가을철 때 아닌 가뭄이 원인이다.

김진혁 씨는 "올 여름에는 긴 장마가 속을 썩였는데 가을에는 평년보다 3분의 1도 안된 강수량이 문제였다"며 "작물 특성상 배추는 수분 보충이 중요한데 급한대로 스프링쿨러 등을 이용해 작물들의 수분을 보충했지만 자연에서 내리는 비와 같을 순 없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날 수확된 배추는 지난 8월 21일께 파종된 배추다. 이후 60일에서 90일사이의 생육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올해 가을철 적게 내린 비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배추의 경우 다량의 수분이 요구되는 작물로 토양이 건조하면 각종 생리장해를 입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배추 속이 본격적으로 차게되는 '결구' 기간에 부족한 수분으로 결국 배추의 둘레 크기가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박스(20㎏)에 절임배추 5~6포기가 들어갔으나 올해는 적게는 8~9포기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절임배추는 1박스(20㎏)당 3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2만8천원)보다 2천원 인상된 가격이다.

같은 수확량에서 크기가 줄게되면서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게되는 셈이다.

김 씨는 "작년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생산된 절임배추는 6천여 박스"라며 "올해는 더 많은 배추를 파종했으나 배추 크기가 줄어 예상보다 생산량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우리 작목반은 오랜 노하우로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며 "괴산 등 인근 지역의 배추농사는 올 가을 가뭄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처럼 배추의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중에 거래되는 배추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배추는 올해 긴 장마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금배추'로 불릴만큼 높은 가격이 형성됐으나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다량의 가을배추가 출하되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실제로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소매 판매된 배추(상품) 1포기의 가격은 지난 8월 초부터 평균 1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했으나 지난 10월 20일 기준 포기당 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평년(3천307원) 수준보다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가을배추의 출하로 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을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하지만 본격적으로 가을 배추의 출하가 시작되는 만큼 배추 가격은 서서히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며 "김장을 준비중인 가정의 경우 시기를 늦출수록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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