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영철 ESD㈜ 대표·㈔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소부장 산업.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수입에만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정책과 지원이 활성화 되면서 이제는 많이 알려진 단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1차 수입 가공한뒤 2차 조립산업 형태의 산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정부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발표자료를 보면 대 일본 전체 수입 546억달러 중에 이들의 비중이 68%로 높다. 국가별 소부장 산업의 수입 비중은 일본 68%, 미국 41.2%, EU 46.5%, 중국 53.5%에 달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로 인한 대응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첨단분야 기술확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정부는 핵심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역량 확보를 통해 우리의 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소부장 산업의 전반적인 진단과 체질개선 방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한·일간 무역분쟁이 촉발된 이후 반도체 소재와 자동차 부품, 제조를 위한 장비 등은 대 일본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필수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자 국민적인 반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곧바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들불 처럼 일어났다. 일본의 유명 맥주, 의류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 자동차 회사는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 주요 관광지는 한국인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일본 소도시들의 관광산업은 붕괴 직전까지 왔다.

우리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경쟁력 강화대책으로 맞불을 놓았다. 소부장 6대 분야, 100대 핵심전략 품목을 선정한뒤 연차적으로 지원하고 자립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시급한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서는 공급선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일본의 전략물자와 소재, 부품, 장비 전체품목을 대상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추경 2천732억원이 긴급 투입되었고 금융, 세제, 입지, 규제특례 등의 지원 전략도 발표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전담기관과 지자체, 지원기관 등이 소재, 부품, 장비의 육성 방안과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소부장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은 정부공모사업과는 별도로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자립을 위한 소부장 지원사업을 선정해 진행중이다.

소부장 기업 R&D 기획지원 사업도 한 분야다. 중소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재, 부품, 장비의 기술력을 한 단계 높여 정부공모사업에 참여하고 보다 많은 예산으로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재, 부품, 장비의 기술개발을 해도 공공 및 민간부분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함께 수요처의 대부분인 대기업을 찾아 다니며 판로를 개척해야만 한다.

아무리 좋은 소재, 부품, 장비를 개발해도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다양한 지원시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실질적인 공급망을 갖출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방안이 수반되어야만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비싼 장비의 경우 수요처가 없으면 연구개발은 커녕 양산을 할 수 없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1대에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8인치 시스템 반도체 용해로 사례다. 반도체 증착장비로 대부분이 일본 장비를 사용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상황에서 장비와 부품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국내 도입된 장비의 대부분이 10~20년 된 노후 장비로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대체 장비가 없다.

 김영철 ESD(주) 대표·(사)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br>
 김영철 ESD(주) 대표·(사)충북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

지역의 중소기업이 수년전부터 수입대체를 위해 연구개발하고 시제품 양산단계 까지 왔지만 수요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제품에 비해 품질이나 성능을 우려한 대기업 구매자들의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고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후속 지원대책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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