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복 선언 상황서 타이밍 고민…SNS에 '당선' 단어 안 써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8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트위터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공식적인 외교수단이 아닌 트위터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하루 만에 축하 서한을 보냈고 사흘 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는 8일 만인 같은 달 24일에 통화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불복 소송전과 재검표 요구 등을 할 가능성이 큰 탓에 바이든 당선인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당선 확정까지는 이런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금까지 축하 메시지를 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스가 일본 총리 등이 모두 트위터를 이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공식 외교라인으로 바이든 당선인과 소통해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이 SNS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당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앞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에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한동안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던 2000년 미국 대선 때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선거(11월 7일) 이튿날 첫 축전을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고어 후보가 패배 인정을 취소하고 한 달간 경합지역에서 개표와 검표, 재검표를 거친 끝에 결과에 승복하자 12월 14일에 재차 축전을 보낸 뒤 같은 달 16일에 전화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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