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사서로 일하면서 책의 저자인 작가를 만나는 일은 항상 기대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업무로 작가를 만나지만 잠깐이라도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보너스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생각을 글로 펼쳐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늘 느끼면서 상상력과 글의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작가의 삶도 궁금하다. 보통은 작가도 말이 끊어질세라 청주에 대해 묻고, 또 다양한 얘깃거리들로 대화가 오고 간다.

근래에 만나게 된 작가는 내가 맡은 '아기와 함께하는 책사랑 운동'의 선정도서 작가인 김주현 작가다. 아동자료실 담당자로 근무도 했었지만 오랜만에 출생아부터 유아와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운동을 맡았고 업무적으로 그림책 작가를 직접 초대한 일은 처음이었다.

작가강연 날, 도서관 로비에서 선정도서 전시대를 보고 있는 작가와 만났다. 그림책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던 찰나 커다란 가방을 메고 수수한 모습의 작가를 보자마자 '아 저분이시구나!' 했다. 강의실로 안내를 하고 소규모로 가족단위 작가강연이 진행됐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강연에 참여하는 가족들에게 나눠준다고 자신의 육아경험담과 상황별 그림책 처방을 담은 따끈따끈한 신간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를 가방에 넣어오셨다. 그 마음이 감사했다.

이 책은 병원측의 세분화된 타이틀로는 '초고령 산모'에 속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렵고 고된 육아의 시간을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아이를 결혼한지 6년만에 얻게 되었는데 아이 언제 낳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던 경험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엄마가 되는 일에는 꽤 다양하고 단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누구나 하는 당연한 것도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하면서 알려준다. 하나의 글에 2개의 그림책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작가는 육아의 무림 세상에서 고수가 넘쳐나지만 정작 본인은 육아의 하수이자 서툰 엄마라고 고백한다.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주무관

다만 서툰 엄마로 그림책을 읽으며 느낀 다정한 즐거움을, 무심한 위로를, 엄마로서 날마다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같이 나누길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림책 작가가 선택한 책들이라서 더 관심이 가고, 책을 읽다 보면 공감이 돼 작가와 같은 마음이 된다.

작가의 소중한 경험이 녹아있고, 아이를 키우며 힘든 육아 감정과 고민을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는 책. 누구나 다정한 친구로 '그림책'을 만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느끼는 속도대로 천천히 더 나은 엄마가 되어 간다. 서툴고 실수투성이어도 괜찮지 않냐며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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