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산은 색이 깊어지고 물은 색이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날이 추워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따듯한 국물이 생각나는 시기입니다. 몸에 열을 올리기 위해 찾는 탕이 있다면 매운탕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진하고 얼큰한 국물에 부드러운 물고기의 살까지 입맛을 돋아주고 가을에 말 대신 사람이 살찌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민물 매운탕이라면 호불호가 갈리는데 특유의 흙냄새가 난다고 '불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민물 매운탕이면 자다가도 일어난다는 '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물고기를 식용을 여부는 물고기 보전 입장에선 문제가 적습니다. 다만 대량으로 포획되는 것과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을 채집하는 문제가 없어진다면 장기적인 보전에선 사람들의 관심은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현재 물고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서식지를 파괴하는 하천공사나 화학적 수질오염이 식용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양식하는 민물고기의 대표적인 종은 메기, 동자개(빠가), 빙어, 은어, 붕어 등입니다. 그중에서 메기와 동자개의 소비는 대단해서 유명한 생선국수 집을 가면 웃돈을 줘야 먹을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육식 민물고기가 맛있다고 하는데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물고기 중에 동사리는 최고로 칩니다. 그래서인지 동사리를 앞으로 식용으로 양식을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원로 어류학자의 글이 생각납니다. 동사리가 얼마나 맛있으면 그랬을까요?

동사리는 동사리과에 속하는데 동사리과 어류는 총 4종이 우리나라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세부적인 분류로 동사리속에는 동사리, 얼룩동사리, 남방동사리가 있으며, 좀구굴치속으로 좀구굴치가 있습니다. 동사리는 동해로 흐르는 하천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대부분 한번 봤을 법한 흔한 물고기이기도 합니다. 몸은 길고 원통형이며 머리는 크고 입이 비교적 큰 편에 속합니다. 약간 포악스럽게 생기긴 했지만 사람 손을 타도 순하고 행동이 느린 편입니다.

동사리는 10㎝가 넘기 시작하면 머리와 몸집이 큰 탓에 다른 물고기보다 훨씬 큰 편입니다. 동사리는 실제 잡아보면 행동이 느긋한데 상당히 자존심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맨손으로도 쉽게 잡히지만 날카로운 이빨에 가끔 찔려서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사리는 지역적으로 개뚝지, 꾸꾸리, 구구락지, 멍텅구리 등 40개가 넘은 방언을 갖고 있는데 구구락지는 산란 후 동사리 수컷이 알을 지키는데 그때 '구구, 구구' 소리는 내는데 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멍텅구리는 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밝혀진 사실은 암컷이 돌 밑에 알을 붙여 낳으면 수컷이 지키는데 이는 꺽지와 흡사하며 또 산란 시기 역시 4~5월로 꺽지와 비슷해 산란 시에 돌고기 종류들이 신나게 달려듭니다. 돌고기가 달려드는 이유는 알을 먹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사리에 탁란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사리는 알을 낳으면 알이 깰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데 이때 돌고기 알들도 자신의 알인 줄 알고 함께 지킵니다. 그래서 돌고기는 목숨을 걸고 동사리 몰래 알을 붙여 낳는 것입니다.

동사리는 새우, 수서곤충, 작은 물고기 등을 닥치는 대로 먹는데 보통 때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과 대비해 사냥 시에는 상당히 날렵합니다. 동사리와 얼룩동사리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점점 그 개체수가 줄고 있습니다. 또한 남방동사리는 중국 남부와 일본 남서부에 서식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거제도에만 한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 하천에서만 남방동사리가 서식하기 때문에 국가에선 멸종위기야생동물1급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동사리는 관상용으로도 훌륭한 어류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수족관에는 외래 관상어만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에 하천에도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가득하지만 관상어 시장에는 유통되며 사육되는 양은 0.1%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색과 모습이 아름다운 칼납자루, 납지리,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의 납자루아과도 훌륭한 관상어 가치를 갖고 있어 외래종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민물고기 보전을 위해선 활용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먹거리로 서식지와 개체수가 보전되는 방법과 관상어로 사랑받으며 시민들이 알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고 느껴질 때 생물들을 보전할 수 있는 큰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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