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 법원 뒤집어… 이례적 판단
최근 추세 역행… 2016년까지 청주지법 100% 일치
사흘 뒤 판결 드물어… 가속력 부여 등 목소리 비등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경찰, 무혐의 판단 불기소 의견 송치 ▷성희롱고충위원회, 성희롱 판단 ▷검찰, 모욕 혐의 적용해 기소 ▷배심원단 전원 무죄 평결 ▷1심 재판부, 모욕죄 인정 벌금 100만원 선고.

하급직원에게 외모 비하성 발언인 '확찐자'라고 표현한 충북 청주시 6급 공무원에 대한 엇갈린 판단이다.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정반대의 결과물을 내놨고, 비(非)법조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과 법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확찐자' 발언으로 모욕죄가 법원에서 인정된 사건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모욕죄 성립 여부에 대한 내용이 아닌 배심원단 평의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과 관련해서다.

배심원단 평결을 적극 반영하는 최근 법원의 추세와는 정반대인 판결인 터라 지역에서는 이번 판결을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청주시 공무원 A씨(6급)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8일 청주시청 비서실에서 "'확찐자'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며 하급직원 B씨의 외모를 비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무혐의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모욕죄가 성립된다며 기소한 것이다. 애초 단독부에 배당됐으나 A씨 측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변경되면서 재정합의를 거쳐 합의부인 형사22부로 재배당됐다. 

A씨 측은 국민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는 배심원의 시각으로 모욕죄 성립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지난 9일 모두 A씨에게 죄가 없다며 '무죄'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에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과 동일했다. 

통상 배심원단의 평의·평결을 거쳐 당일 선고하는 관행과는 달리 사흘 뒤 판결하는 점은 이례적이다. 

배심원단에서 전원 일치 무죄 평결을 한 사건을 재판부에서 정반대로 뒤집는 경우도 드물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한국의 배심원단 평결은 미국과 달리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강제성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 때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 간 국민참여재판의 평결과 판결 일치율은 90%대를 유지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95.6%, 2016년 92.5%, 2017년 93.9%, 2018년 97.2%, 2019년 97.1%의 일치율을 보였다. 

청주지법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도입 첫 해인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진행한 66건 모두 배심원 평결과 법원의 판결이 100% 일치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치율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보편적 가치관을 통해 사법정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유의미한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배심원 평결 구속력 확보 등 국민참여재판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국민의 사법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처럼 배심원단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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