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존 트럼프는 수많은 논란의 중심이 되며 세상의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다. 트럼프는 2016년 7월에 치러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로 대선 주자가 되었고 같은 해 11월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투표수에서는 힐러리에게 졌지만 그들의 대선 규정에 따라 트럼프가 승리한 것으로 판정되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래도 공화당 후보가 얻은 표로는 역대 최다 득표자였다.

트럼프는 세상을 놀라게 하며 4년을 보냈다.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4년 내내 그를 지지하는 지지층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편가르기를 하였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으며 여러 나라들과 갈등은 골이 깊어갔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몰염치한 미국이라는 기업으로 운영하려 하며 다른 나라를 괴롭혔다.

우리에게는 터무니없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6배나 올려서 부담하라고 요구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부담했던 1조원의 부담금을 6조원으로 올리려 하였다. 이정도면 횡포와 다름없는 요구다. 국제적으로도 파격을 즐기는듯했다. 미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 2위국가다.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수준보다 26~28%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중국도 가입했고 전 세계 195개국이 가입에 서명한 협약인데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발을 빼려한 것이다.

미국 내의 트럼프 지지층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런 전략은 일정부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다시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된다는 듯이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리라.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고 그런 미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세계가 인정하는 미국의 힘이고 가치였다. 트럼프의 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런 찬사와 미국의 가치는 시궁창에 내던져진지 오래다.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트럼프가 선거에 승복하지 않으며 그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에 손을 들어 독려하고 있다. 미국을 부러워한 선거 후 승복 문화를 트럼프가 송두리째 엎어버리고 있다. 심지어는 백악관을 나가기 전에 대통령이 갖고 있는 사면권을 자신과 측근들을 위해서 셀프 사면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치사하고 염치없는 행동을 하리라 상상했겠는가. 그야말로 미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제46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선거인단 270석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짓말과 인종차별, 미국의 신뢰성 파괴를 경험하고도 투표에 참여한 미국 유권자의 47%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자유와 정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도덕적 가치를 버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이 대통령으로서 '분열시키지 않고 통합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민주당의 대통령도 아니고 공화당의 대통령도 아닌 미국의 대통령으로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하고 미국이 잃어버렸던 미국의 가치들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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