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숯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일류 생활의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선사시대 불과 함께 발견된 숯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에 밀려 한때 육류와 어류를 굽는 용도로 쓰임새가 줄었다. 하지만 숯이 지닌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취사, 난방, 혈액 정화, 면역 강화, 정신 안정, 진통, 공기 정화 등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숯의 역사는 약 6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약 2천600여 년 전부터 숯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에는 집터에 수맥이 지나갈 경우 지반이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습도 조절용으로 숯을 묻었다. 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석굴암, 다보탑 기초에서 다량의 숯이 발견돼 숯이 습도 조절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입증됐다.

방부 작용도 뛰어나 고려시대에는 양반 무덤에, 조선시대에는 왕실 무덤에 반드시 숯을 묻어 장례를 지냈다. 숯은 민속 행사에도 사용돼 조선시대에는 음력 정월 16일 귀신을 쫓아 버리는 수단으로 숯가루에 불을 붙이는 풍습을 지냈다고 한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화 효과도 확인됐다. 그래서 간장을 담글 때 더러운 것을 제거하기 위해 숯 덩어리를 붉은 고추와 함께 독에 넣는다.

숯은 목재를 숯가마에 구워 만들며, 흑탄과 백탄 두 종류로 나뉜다. 흑탄은 600∼700℃로 태운 뒤 2∼3일 간 두었다가 꺼낸 숯이며, 백탄은 800∼1천300℃ 고온에 정련한 뒤 꺼내 흙 등으로 덮어 빠른 속도로 불기를 꺼서 만든다. 흑탄 가마는 주로 흙으로, 백탄 가마는 돌로 만든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이후 숯의 다양한 효능이 입증되면서 숯 생산량과 생산 지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충북 진천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흑탄(참숯) 생산량의 약 78%를 생산하는 참숯의 본고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백곡면은 숲의 참나무 비율이 약 80%를 차지해 숯가마가 자연스럽게 늘면서 전국 최고의 참숯 생산지로 발전했다.

지난 5월에는 전국 1위 참숯 생산지라는 명성을 기반으로 추진한 '숯산업발전특구' 중소기업벤처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돼 생거진천 농산물에 이어 참숯 관련 산업을 앞세운 '관광 진천' 기반 조성이 기대된다. 앞서 2018년에는 산림청 공모 사업에 '숯 산업 클러스터'가 선정돼 3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진천군은 특구 지정에 따라 총 사업비 48억 원을 들여 숯가마가 몰려있는 백곡면 사송리 전국 유일의 참숯전시관 인근에 숯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오는 2024년 준공 예정으로 친환경 숯가마 찜질방, 족욕탕, 야영장, 숯 제품 연구실, 숯 판매장 등 참숯 관련 기반 및 관광시설이 들어서 59억 원의 생산 유발과 15억 원의 소득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 17일에는 (주)호산산업과 진천 숯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녹색기술인증(건조탄화시스템) 기술 활용'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건류 가스 재활용을 통해 처리공정 에너지 효율을 높여 우수한 탄화물(숯)을 생성하는 신기술로 숯 클러스터내 찜질방과 노천탕에 활용된다. 숯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주민 소득 증대와 지역 균형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천군은 우리나라 유일의 참숯 클러스터가 콘텐츠 부족 등으로 관광객들에게 외면 당해 돈 먹는 '애물 단지'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전국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참숯 특구 조성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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