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매력적인 배우 조지 쿨루니가 주연한 '인디에어'라는 영화가 있다. 항공사 중역으로 '동기부여가'라는 독특한 직책을 갖고 있지만, 실제 역할은 세계 각 공항을 다니며 해고를 통보하는 일이다. 해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어서 이를 통보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영화가 심각한 국면에 도달한 지점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터넷 전문가를 고용, 화상해고를 도입하고 결국 충격을 받은 해고대상자가 자살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기술의 진보로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대 직장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 감소는 충격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광범위한 분야에서 훨씬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희망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좌절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제를 비롯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새 일자리 창출과 이에 적응하는 인재 양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단순히 뒤처지는 게 아니라 도태되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했던 클라우스 슈밥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Adapt or Die)뿐이라고 단언한다. 국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 현장은 이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당면 현안이 되었다.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의 플랫폼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은 2022년까지 150만 명의 빅 데이터 관련 인력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영국 역시 20만여 개의 데이터 산업 관련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할 인재들을 길러내는 일인데, 주목받는 것이 '모라벡의 역설' 이론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로봇공학 교수인 한스 모라벡은 사람에게 쉬운 것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것은 사람에게 어렵다는 주장을 펴면서, 로봇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제시되는 미래형 인재, 곧 4C형 인재는 이러한 근거에서 시작된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Creativity),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등의 역량을 갖춰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4가지 영역이 '모라벡의 역설'에 해당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못하는 영역이고, 빅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빌게이츠가 생각주간(Think week)을 갖고 사업구상을 한다든지, 스티브 잡스가 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라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사고와 성찰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현생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갖고 최후의 승리자가 된 것도 사피엔스(sapience, 생각하는 존재) 고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능력, 성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는 존재가 될 것이고, 한국 사회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현장 역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인문학교육의 강화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선각자, 함석헌 선생의 말씀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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