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북 콘서트를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예전에는 책을 내면 으레 출판기념회를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북 콘서트라고 한다. 아마도 음악과 곁들여서 재미있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 어쩌다 또 책을 내다보니 북 콘서트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망설였다. 코로나로 한 번 연기한 터였는데, 그 후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북 콘서트도 쉽지 않았다.

북 콘서트는 제임스 티브이를 운영하는 한 유튜버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이분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었다. 선한 영향력을 기치로, 300인 희망 인터뷰와 지역 고유 강연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여 유튜브 방송을 하는 드림 콘서트 대표였다. 무엇보다 20대부터 헌혈을 꾸준히 하여 최근 400회를 달성하였다. 자신만 헌혈하는 것이 아니라, 헌혈자를 모집하고 헌혈증을 모아서 기증하는 운동도 펼치고 있었다. 자신의 귀중한 피를 나누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이분에게 그냥 감동하여 북 콘서트에 바로 응했다.

이름이 거창하다. 드콘 명품 북 콘서트! 여기서 '드콘'은 드림콘서트의 약자란다. 그러니까 드림 콘서트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내가 출연한 것은 명품 북 콘서트였다. 이거 참 여간 부담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잘나가는 유튜버가 책의 진가를 알고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틈나는 대로 PPT 자료를 만들고, 고치고 다듬었다. 발표 장수는 꼭 33장으로 했다. 왜냐하면, 훈민정음 해례본의 장수가 33장이기 때문이다. 나도 새 문자를 반포하는 것처럼 비장한 각오로 훈민정음 비밀코드를 알리고 싶었다.

책에서 제시한 훈민정음 비밀코드는 15가지다. 남들이 밝힌 것을 확인한 것도 있고, 내가 직접 발견한 것도 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사고,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책을 내고 나니 언론에 소개되고 전국 방송에 직접 출연까지 했다. 포털 검색창에 들어가 책 이름을 치면 서평이 주르륵 나왔다. 읽어보는 맛이 쏠쏠했다. 힘을 얻어서인지, 북 콘서트를 하면서 가능한 한 재미있게 이야기하듯 훈민정음 비밀코드 15가지를 풀어냈다.

반응은 괜찮았다. 아마도 한글날에 훈민정음 탄생의 비밀을 다루니 좀 색다르지 않았을까. 그것도 잘 들어보지 못한 조선 초기의 걸출한 인물 신미대사라고 하니.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맞을 수도 있다. 마치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고 나서야 그 전모가 밝혀졌듯이! 이는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무려 494년 만의 일이다. 정말이지 역사는 예단할 수 없다. 훈민정음은 그야말로 문자혁명이다. 세종 이전에는 우리 문자가 없었다. 기껏해야 향찰이나 이두를 썼다. 그러나 이 역시 한자였다. 얼마나 어렵고 불편했겠는가. 단언컨대, 우리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이 훈민정음 덕분이다. 그만큼 한글은 위대하다.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최시선 수필가·광혜원고 교장

북 콘서트를 마치고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내려온 출판사 대표가 책을 판매한 대금을 모두 주최 측에 기부했다. 와, 요즘 책도 안 팔린다는데. 슬쩍 물어보니 드림 콘서트 프로그램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자기도 좀 보태겠다고 했단다. 살면서 이렇게 흐뭇할 수가! 과연 모두가 명품이다. 서로가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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