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사이 자매팀… 중·고 여자축구 최강자 등극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축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은 최고의 인기종목이지만 남자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자축구는 국민들의 관심에서 크게 소외돼 있다.

여자축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여자축구부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선수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주예성여자중학교(교장 오억균)와 충주예성여자고등학교(교장 이춘형) 축구부가 각종 전국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해내면서 충주를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메카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두 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처럼 각종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태극마크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충주예성여중 축구부 선수들이 2020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중등부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주예성여중 축구부 선수들이 2020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중등부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주예성여중 축구부는 지난 1993년 7월 6일 창단했고 예성여고 축구부는 이보다 1년 앞선 1992년 3월에 창단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훨씬 낮을 시기여서 전국 중·고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있는 학교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다.

창단 초기 축구부 선수들은 주변으로부터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 함께 노력한 결과, 차츰 실력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두 학교가 명실상부한 중·고등부 여자축구 전국 최강자로 등극했다.

두 학교 선수들은 매일 함께 훈련하고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매팀으로서의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예성여중 졸업생 100%가 예성여고에 입학했다.


 

예성여중 축구부

예성여중은 지난 2016년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전 경기 19득점 무실점'이라는 경이적인 대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8년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도 중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들어서도 지난해 춘계연맹전에서 3위를 비롯해 전국소년체전 3위, 전국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열린 '제28회 여왕기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춘계연맹전 우승으로 최강자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이 학교 축구부는 서은지(32) 감독과 이슬이(28) 코치, 모교 출신인 고희주(22) 코치가 지도를 맡고 있다.

3명의 지도자들은 과학적인 훈련과 각 경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토의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3학년 10명과 2학년 8명, 1학년 10명 총 28명의 선수들은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이라는 학교 방침에 따라 공부와 훈련으로 두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축구부 선수들의 전교 석차는 대부분 중위권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 운동과 함께 협력과 배려 등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데도 소홀히 하지 않고있다.


 

예성여고 축구부


지난 2001년 '제82회 전국체육대회' 여자축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예성여고는 2016년 여왕기 여자축구대회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듬해인 2017년에는 제98회 전국체전 우승과 춘계·추계 여자축구대회 연거푸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도 춘계·추계 여자축구대회에서 2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 학교 축구부는 고윤관 축구부장과 권무진 감독, 김지숙 코치가 맡아 지도하고 있으며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단계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충주예성여고가 추계여자축구대회에서 고등부 준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주예성여고가 추계여자축구대회에서 고등부 준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성여고는 그동안 역대 국가대표 선수만 9명이나 배출하고 청소년 대표를 무려 29명이나 배출하는 등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대들보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U-18 국가대표로 뽑힌 천가람, 이예솔, 고다영, 김민주 4명과 U-20 국가대표 천가람, 고다영 2명은 모두 예성여중을 졸업한 예성여고 3학년생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고려대를 비롯한 축구명문대와 스포츠토토와 서울시청, 상무 등 실업팀에도 다수 진출해 모교의 명예를 빛내고 있다.

예성여고 역시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모토로 선수들에게 E-school을 활용, 학습결손을 방지에 나서고 있다.

이 학교 축구선수들은 대회 출전 1일 당 4차시의 온라인강의 학습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특히 학교 측은 선수들의 글로벌 무대 진출에 대비해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도핑예방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 인권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빛나는 기량, 지원은 아쉬워


담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예성여중과 예성여고 두 학교가 이처럼 남다른 노력으로 학교와 지역을 빛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축구부 운영이 녹록지 않다.

두 학교 모두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전지훈련이나 대회 출전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니폼과 장비 구입은 물론, 선수들의 식사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지역의 일부 단체와 기업체들이 후원에 나서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예성여중은 체력단련실이 없어 기초체력 향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여자축구가 비인기종목이다 보니 신입생 선수들을 수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두 학교 감독과 코치들은 "여자 축구가 비인기종목이지만 예성여중·고등학교가 지역을 빛내고 있는 만큼, 충주시민들의 더 큰 관심과 함께 자치단체나 기업체 등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주면 고맙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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