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확진될까 무서워 줄줄이 약속 취소"

충주 호암지 인근에 자리잡은 S커피숍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령으로 매장영업을 못하게되자 아예 탁자를 모두 한쪽으로 치워놓은 채 테이크아웃 손님들만 입장시키고 있다.
충주 호암지 인근에 자리잡은 S커피숍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령으로 매장영업을 못하게되자 아예 탁자를 모두 한쪽으로 치워놓은 채 테이크아웃 손님들만 입장시키고 있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그동안 코로나19가 남의 얘기로만 들렸는데 막상 내가 격리자가 돼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고 불편해 우울증에 걸릴 정도입니다"

충주에 사는 K(58)씨는 지난달 28일에 확진자와 접촉한 것이 확인돼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2주일 동안 부인과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K씨는 2일 전화통화를 통해 "하필이면 연말로 바쁜 시기에 출근을 못하게 돼 회사 측에 면목도 없고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백내장 수술을 하기 위해 한달 전에 안과에 예약을 했지만 이마저 취소했고 당분간 정상적인 생활은 포기했다"고 밝혔다.

충주에서는 지난달 26일 충주지역 25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일까지 엿새동안에만 무려 2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내 n차 감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많은 충주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성당 성가대 소속 신자 8명이 무더기로 확진판정을 받은데다 지난달 23일 시내 일식집에서 확진자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길형 시장마저 오는 7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중근 부시장은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1일 0시부터 2주간 사회적거리두기를 2단계로 강화했다.

충주 호암지 인근에 자리잡은 S커피숍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령으로 매장영업을 못하게되자 아예 탁자를 모두 한쪽으로 치워놓은 채 테이크아웃 손님들만 입장시키고 있다
충주 호암지 인근에 자리잡은 S커피숍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령으로 매장영업을 못하게되자 아예 탁자를 모두 한쪽으로 치워놓은 채 테이크아웃 손님들만 입장시키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시행 첫날인 1일 오후 충주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호암지변 S커피숍과 단월동 D커피숍을 돌아봤지만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은 아예 눈에 띄지 않았다.

가끔씩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커피나 음료 등을 테이크아웃 해가는 차량들만 드나들었다.

2단계 격상에 따라 매장에서 손님받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충주지역 밤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충주의 강남'으로 불리며 평소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던 신연수동 거리도 오후 9시 이전부터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송년 모임 등의 예약이 밀려 정신 없이 바빴던 음식점이나 호텔 등은 아예 연말특수를 포기했다.

모 호텔 관계자는 "예년에는 이 때가 예약을 받느라 가장 바쁜 시기였지만 올 연말에는 예약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태고 그나마 사전에 예약돼 있던 송년모임마저 코로나19 급격한 확산으로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모임은 물론, 일상적인 만남조차 꺼리고 있다.

P모(59·충주시 용산동)씨는 "올해 연말 송년모임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지인들과 저녁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저녁식사를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이 실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식을 하는 가정은 거의 없고 집에서 피자나 통닭 등 배달음식으로 대신하고 있다.

덕분에 통닭집이나 피자집 등은 때아닌 호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3일 치러지는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다.

교육당국도 수능 대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시험장소인 각 학교에는 유증상자를 위한 별도시험장도 마련했다.

국원고등학교에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 시험장이 마련됐고 충주의료원에는 확진자들을 위한 별도 시험장도 준비했다.

다행이 수능 전날인 2일까지 충주에서는 수험생 가운데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는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이 심각한데다 조길형 시장마저 격리되자 충주시의 대부분 행사는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충주시의회는 3일부터 18일까지 16일 간 열기로 했던 제 252회 정례회를 8일부터 22일까지 15일 간 열기로 변경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흐름마저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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