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세아시멘트 전경
아세아시멘트 전경

시멘트 공장이 많이 입주해 있는 제천, 단양 등 충북 북부지역에는 오래된 숙원사업이 있다. 이 곳만이 아니라 강원과 전남, 경북의 일부 지역도 같은 처지다. 시멘트 공장의 환경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가 그것이다. 이들 지역은 공장가동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화력·원자력 발전소 등과 다르지 않은데 시멘트는 제외된 것이다. 그런만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그 노력도 힘을 얻고 있다.

시멘트세 신설은 이미 20대 국회때 한차례 논의됐다. 하지만 업체의 집요한 로비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해보고 폐기됐다. 21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재추진되는 입법 움직임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번에 내부의 암초에 걸렸다. 뜬금없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당 지역의 모두가 뜻을 모으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 선두에 서야하는데 가야 할 방향조차 잃은 셈이다. 더구나 딴지의 이유가 가관이다. 누구를 위한 의원인지 모를 정도다.

제천·단양 엄태영 의원이 밝힌 기금조성 주장은 지역에 대한 고민보다는 업계의 이해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대 국회서도 기금조성에 휘둘려 법안이 폐기됐는데 이를 뒤따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잘못된 길이라면 고쳐나가야 하는데 이럴 생각이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힘이 부족해 법안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면 더 힘을 보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레 겁먹고 발을 뺄 생각부터 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자리에 더 있어서는 안된다.

세금대신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시업트 업계가 내놓은 이유는 한마디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주민 피해 최소화와 이들을 도우려는 생각이 아예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세금 신설에 따른 가격인상 압박은 업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이중과세는 석회석 채굴과 시멘트 생산의 이중수입을 부인하는 셈이다. 이로 인한 경영난 가중 주장은 관련수치가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고, 세금의 용도제약 지적은 자의적 기부로 변질시켜 커지는 지역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결국 기금조성 주장은 기금운용을 미끼로 정치권을 흔들려는 꼼수다. 이를 통해 분란을 조장하고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며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역의 잠재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손안대고 코 풀겠다는 얘기다. 지역의 이해와 상충된 업계의 주장에 놀아나는 그런 정치인은 존재 가치가 없다. 모르고 그랬다면 지역현안에 너무 무지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지역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봐야 한다. 뜻을 모으고 힘을 키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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