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12월이 되면 우리 법무법인, 특히 나에게 일을 맡겼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새해 달력을 보낸다. 나를 찾아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최근 10년 내에 의뢰인과 변호사로서 만난 분들이 우선이다. 그 이전에 만났던 분 중에서도 지속해서 연락해올 때는 같이 보낸다. 종전에는 연하장을 보냈지만, 조금이라도 실용적인 것으로 은혜에 답하고자 하는 뜻이다.

썩 좋은 달력은 아니지만, 매달 넘기면서 서로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실력 있고 유능한 변호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을 택해서 써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때로는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내 이름과 이력을 발견하고 찾아준 분들이다. 그렇게 쓰임 받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고맙고 귀하다.

올해도 그렇게 쓰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이 고통을 당하고, 어떤 이들은 견디다 못해 폐업에 이르기도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 법무법인도 구성원 일부가 독립해 나가는 바람에 업무가 가중되기도 했다. 세월이 가니 예전처럼 예리한 맛도 없고, 활동력도 떨어진다. 여러 가지로 녹록지 않은 2020년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분의 관심과 배려로 변호사로서 많이 쓰임 받은 것이 감사하다.

전직 군법무관으로서 군을 떠난 지도 벌써 20여 년 지났음에도, 찾아와서 상담하고 일거리를 맡기는 분들도 있다. 대부분 잘 되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내가 신앙 간증하는 것을 봤노라며, 사양하는 데도 아들의 군사법원 사건을 맡긴 분도 있었다. 그 사건 결과는 아주 잘 되었다. 무료로 상담만 몇 차례 해주고 국선 변호인에게 의지하라고 권한 어떤 경우는, 결국 내게 찾아와 꼭 맡아달라고 사정해서 맡기도 했다. 사건을 맡겼다가 사정상 취소한 이의 소개로 연속해서 사건을 몇 건 맡기도 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의뢰인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 잘 처리되어,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며 한 해를 보냈다. 그러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판이 연기되는 경우도 몇 번 있어서, 다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 물론 처리가 늦어져 걱정하는 당사자나, 쌓인 사건 처리에 애쓰는 재판부에는 미안하다. 종전 방송 출연, 라이온스클럽이나 YMCA, 국민권익위, 소청심사위 등 봉사활동 또는 공익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에서 벗어나, 법률업무에 전념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방문객의 고민을 들어주고, 오랜 법조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해결점을 찾아주는 기쁨이 있다. 내게는 별것 아닌 것이 다른 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르는 것을 탐구하며, 동료 변호사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좋은 결론을 내는 과정도 즐겁다. 한 주에 몇 번씩 법원을 오가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그렇게 한 해를 살았다. 모든 것이 고맙다. 모든 과정을 인도하신 하나님, 기쁨의 통로 되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12월,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무얼 하며 지내왔나 회한에 잠길 수도 있다. 싸늘해진 날씨, 불어오는 북풍,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보며 쓸쓸해질 수도 있다. 재유행하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워질 수도 있다. 어느새 다가온 겨울 추위를 어떻게 이겨 나갈까 걱정될 수도 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그러나 회한이나 쓸쓸함에 빠지지 말자. 지나온 날에 감사하자.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던 자신에게 축하와 격려와 위로를 보내자.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자. 내가 세상에 힘이 될 수 있다고 자부하자.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내일의 초석으로 삼자. 마지막 남은 한 달이 따뜻해질 거다. 연말이 즐거워질 거다. 기쁨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거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만일 당신이 매일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은 대부분 옳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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