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시험장 앞, 애끓는 부모 마음만 가득
"수능이 끝나고가 더 걱정" 대입 절차 불이익 우려

202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일인 3일 자가격리 및 유증상자 시험장인 청주하이텍고등학교 앞에서 한 어머니가 수험생 아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일인 3일 자가격리 및 유증상자 시험장인 청주하이텍고등학교 앞에서 한 어머니가 수험생 아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차분하게 잘 하고 오라고 그 말만 했어요. 아이가 혹시라도 동요할까봐 말을 아꼈죠."

202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일인 3일 자가격리·유증상자 대상 시험장인 청주 하이텍고등학교(충북 56시험지구 21시험장) 앞에는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서성였다.

이날 오전 7시 45분께 시험장 앞에 아들을 내려준 한 어머니는 차량 창문 너머로 손 인사를 나누다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쌀쌀한 날씨가 걱정이 된 그는 아들의 옷깃을 여며주고서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아들은 이내 시험장으로 들어갔지만, 어머니는 이후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청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거주한다는 A수험생 가족은 꼭두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이 가족은 혹시나 길이 막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이날 오전 6시가 조금 지나서 집을 나섰다.

A수험생의 어머니는 "오전 7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아들은 벌써 시험장에 들어갔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아들 걱정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시험장 건물이라도 보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평소 계획대로였다면 A수험생 가족은 수능 전날 청주의 친척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시험장을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40㎞가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 시험장까지 왔다. A수험생 어머니는 "교문이 닫히면 집으로 돌아갔다가 시험 종료 시간에 맞춰 다시 올 예정"이라며 "수능 이후에는 대입 면접이나 논술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가족 모두 집에서 셀프 자가격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일인 3일 자가격리 및 유증상자 시험장인 청주하이텍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보건소 이송지원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일인 3일 자가격리 및 유증상자 시험장인 청주하이텍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보건소 이송지원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자가격리 상태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격리 해제 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을 경우 대입 논술·면접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못한다. 이에 수험생 학부모들은 자가격리 또는 코로나19 확진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정부가 구제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별, 각 학과별 입시전형이 다른 만큼 일관된 지침이 내려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B수험생의 부모는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는 이상 수능이 끝나도 마음을 졸여야 한다"며 "아이들이 10년 고생한 결실을 하늘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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