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 전경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 전경/중부매일DB

행정수도 세종까지는 아니어도 국정과 관련된 여러 불합리한 요소들을 바로 잡기 위한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또 갈팡질팡하고 있다. 세종의사당 추진을 위한 근거법안인 국회법 개정안이 심의과정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국회 운영위에서 논의 부족을 이유로 심사보류돼 이번 정기국회내 처리가 무산됐다. 불과 며칠전 127억원이라는 적지않은 설계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됐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예산은 합의하고 법안은 미루는 이중잣대가 아무렇지 않게 작동하는 불합리한 현장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세종의사당 건립차질 우려로 이어지는 현 상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1야당인 국민의 힘에 있다. 내년 3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국민의 힘이 지금과 같은 자세를 이어간다면 이 또한 기대 난망(難望)이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달 여 앞둔 내년 2월중에 개최하겠다는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보장이 없다. 공청회때 엉뚱한 이유를 쏟아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근거법안을 마련한 뒤 건립을 해야 한다는 예산안 부대조건이 결국 국민의힘이 내건 꼼수의 미끼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서로 합의해 예산을 세운 뒤에 당사자의 한 축이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신의의 문제다. 결국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예산안을 그냥 통과시켰다고 스스로 밝히는 것도 모자라 예산과 법안심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했음을 공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정치가 괜히 지금처럼 불신을 받고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이 내세운 논의부족은 한마디로 직무유기를 시인하는 발언이다. 여야합의를 통한 국가균형발전특위에서 충분히 다룰 시간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거듭되는 얘기지만 행정수도에 대한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국정의 불합리에 눈을 감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국회가 당사자인 의사당 문제를 외면하고서야 어떻게 남들에게 책임을 운운할 수 있나. 입법부와 행정부간 물리적 거리로 인한 행정 비효율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의사당 필요성은 분명하다. 국민의힘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세종의사당에 딴지를 건다. 정략적 계산과 정파적 이해에 매몰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순간에도 국가와 국민의 피해는 계속된다.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인데도 이처럼 갈팡질팡하면 이로 인한 국력 낭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앞에서는 보내고 뒤에서 바짓가랑이를 잡는 식이라면 균형발전 효과 등 의사당 이전관련 전망은 무의미하다. 행정수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11개 상임위 이전 방안이 무색해진다. 법안심사를 미루면서 '다음에 한번 더 논의하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변명도 핑계도 아닌 자기부정이다. 눈속임으로 문제를 피한 뒤 이를 덮기 위해 태도를 바꾸는 짓은 그들이 지금도 비난하고 있는 특정인들의 작태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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