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에서 서사의 형태로 형상화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시조시인 김선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본부장이 시조집 '으밀아밀'을 들릴 듯 아니 들릴 듯 비밀스럽게 내놓았다.

이번 시조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7년 '섬마섬마'에 이어 3년만에 출간한 책이다.

그의 시에는 사물의 속성을 천착하는 버릇, 언어유희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려는 시도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시인은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로 구분해 1부 生 교태가 난무하는 봄, 2부 老 소싯적 푸르던 꿈을, 3부 病 갱년기 지나는 길목, 4부 死 어쩌다 별똥별처럼 등 4부로 구성했다.

책 제목인 '으밀아밀'은 '비밀히 이야기하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그가 쓰는 시가 아직 그리 떳떳하지도 반듯하지도 않은 이상 자랑스럽게 떠벌리기 보다는 조용조용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지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은 "제 시가 주로 부정적인 세상에 시선이 닿아 있고 서정보다 언어유희에 집착하거나 가슴보다는 머리로 쓴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는 점을 감안할 때 으밀아밀하게 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선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본부장

권희돈 평론가는 "이번 시조집의 특징은 신변의 작은 것들을 제제로 선택해 서사의 형태로 형상화한다는 점"이라며 "신변잡기식 주변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은폐된 존재를 드러내는 시적 열망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권 평론가는 "김선호 시조가 단순한 듯하지만 독자가 상상적으로 다채롭게 뛰어놀 시적 공간이 크게 열려 있다"며 "시조라는 형식 속에서 시적인 구체성을 성공적으로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김선호 시인의 독특한 시정신, 은유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조집에는 평론 대신 출전방담을 실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출전방담에는 김 시인을 비롯해 권희돈 평론가, 이방주 수필가, 김은숙 시인 등이 참여했다.

충주 출생인 그는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조집 '창공에 걸린 춤사위', '공생시대', '섬마섬마' 등이 있으며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과 충북시조·나래시조·행우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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