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산행을 계획하고 길을 나선 적이 있다. 마을을 지나치며 노인 한 분을 만나 길을 물으니 당신도 잘 모른다며 '사람이 없어서 묻기 힘들 것'이라고 대답 했다. 노인을 뒤로 한 후, 나는 누구도 만나지 못해 결국 지도를 보며 어렵게 초행인 산행을 시작한 적이 있다. 산골 마을이 아닌 도시 근처의 시골 마을에서도 젊은이들을 보기 힘들고 때로는 낯선 외국인의 모습을 더 많이 대할 때가 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매우 낮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올해 3분기의 출생아 수는 6만9천105명으로 역대 최소 기록이라고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의 가임여성이 일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1.11에 불과하며, 5년 후에는 더 낮은 1.08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5년의 세계 평균 예상치는 2.43명이다. G20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이탈리아가 우리 뒤를 잇고 있는데 1.30명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31명으로 제일 높다. 문제는 2050년이 되어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G20국가 중에서는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1.39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올해 대한민국의 인구는 5,178만 명인데 그나마 2029년 까지는 5,194만 명으로 소폭 증가하다가 2030년이 되면 5,192만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2044년이 되면 우리의 인구는 4천만 대로 감소되어 5천만 시대가 붕괴될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며 부양해야할 고령인구는 증가하게 되어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생산성은 감소하며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부양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인구 감소는 모든 나라가 걱정하고 나름의 대책을 수립하며 대처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출산 지원정책과 함께 젊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정착을 돕는 지원책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베트남의 경우는 10년 이상의 출산장려 정책 추진으로 합계출산율 2.1 수준에 이르렀고 이제는 육아와 보육 예산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는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화되고 있고 지역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 인구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며 노력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의 지도층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르겠다.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 결혼할 거냐고, 그러면 절반은 안한다고 한다. 왜 안하는가 물으면 직장이 없어서, 직장에 다니고 있어도 살 집을 구할 수 없어서, 맞벌이인 경우라도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서 그냥 욜로(You Only Live Once)족으로 살겠다고 한다. 정치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청년들에게 오늘의 삶뿐만 아니라 내일의 삶조차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다.

저출산과 관련하여 최근 비혼모에 대한 논의는 비혼모인 방송인 사유리를 계기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로 유입되는 외국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에 250만 명을 넘겼으니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외국인이 5%를 넘으면 학계에서는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자발적 비혼모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늘어날 것이란 점을 예측하게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인구 감소 문제는 바로 닥칠 심각한 문제다.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사람이 없으면 페촌이 되고 폐도시가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이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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